연예 박찬욱·김성수 감독 등 영화인 2,781명 “‘서부지법 폭동’ 기록한 정윤석 감독 무죄 탄원”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1승' 신연식 감독,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등 영화인들이 '서부지법 폭동'을 기록한 정윤석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지역영화네트워크 등 9개의 단체는 16일 정 감독의 무죄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모아 서부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화인 탄원서에는 제안단체(9개 단체)를 포함한 총 51개 단체, 박찬욱, 김성수, 변영주, 장항준, 신연식 감독 등 영화인과 시민 2,781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영화인 탄원서'를 통해서 "2025년 1월 19일, 정윤석 감독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카메라를 들고 진입했다"면서 "검찰은 이를 두고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법원을 '난입'한 폭도들과 동조한 행위라 단정하고 기소에 이르렀다. 그러나 단언컨대 정윤석 감독은 그날 폭도를 찍은 자이지, 폭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과 집단적 망각을 성찰해온 예술가"라면서 "그는 용산, 세월호,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가장 고통스럽고 잊혀지기 쉬운 사회적 순간들을 담담히 기록해온 '재난 이후'를 응시하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사건 당일 역시, 정윤석 감독은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현장에서 기록해야 한다는 윤리적 의지와 예술가로서의 책무감에 근거하여 카메라를 들고 법원으로 향했다"면서 "그는 당시 JTBC 취재진과 함께 폭력적 상황에 침묵하지 않고 현장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영화인들은 "이번 기소가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예술가를 범죄자로 낙인 찍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면서 "아무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예술가를 처벌한다면, 앞으로 누가 재난의 자리로, 사회적 기록의 가치를 지닌 현장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대를 기록하고 진실을 남기기 위한 예술가의 행위가 범죄로 취급되지 않도록, 정윤석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지난 1월 19일 정 감독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자 격분한 지지자들이 서부 지법을 습격해 시설을 파괴하는 등 난동을 부리는 현장을 촬영했다. 이에 검찰은 정 감독에게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사건의 다른 피고인 62명과 함께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