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재·선관위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헌법개정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4.16. ⓒ뉴시스
국민의힘이 주최한 개헌토론회에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행정부가 관리하는 법률기관으로 격하·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극우진영에서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며 선거관리 강화를 주장하던 것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부정선거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선거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검증하자는 것"이라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헌법재판소·선관위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헌법개정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선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상훈 정책위의장, 추경호, 윤상현, 박대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선관위를 법률기관으로 격하·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명예교수는 "선관위는 (헌법으로)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서 "선거 관리 자체는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의미에서 행정 기능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행정부에 의해) 통제가 돼야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과거에 부정 선거의 경험을 아주 너무 크게 받아서 아마 1987년에 헌법을 개정할 때는 별도의 기관으로 둔 것 아닌가 싶다"면서도 "행정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선거관리 업무를) 행정부에서 관장하고, 다만 입법이나 사법을 통해서 견제장치만 마련해 놓으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선관위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선관위 조직이 읍면동까지 세분화돼 있는데 조직이 축소해야 한다. 선거 관리하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할 리 없다"며 "과거에는 공무원을 차출해서 활용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이유로 하지 않고 있다. 국정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선관위를 격하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권선동 원내대표는 "선관위를 헌법기관으로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법률기관으로 낮춰야지 장관급 대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에 1급 공무원이 22명이다. 그런 기관이 없다. 헌법기관으로 만들어놓으니까 직급 인플레이션이 생겨서 쓸데없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동안 극우진영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관리 강화를 촉구한 것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히려 부정선거 주장과는 거리를 두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변호를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는 "선관위에 대한 문제제기는 단순한 의혹으로만 볼 수 없고 국민의 반이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탄핵심판이 제기됐기 때문에 그중에 하나만이라도 검증을 시도했어야 했다"면서 "결국 변론을 종결하고 40일 가까운 여유가 있었다면 1주일만 시간을 냈어도 할 수 있었던 증거조사 절차를 다 기각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방청석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하거나 부정선거가 없다고 단정하는 대립으로 흔히 말하게 되는데 저는 조금 각도를 달리 말하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냥 부정선거를 단정하고 있는 주장으로 축소시키고, 증거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입장을 비합리적이고 음모에 치우쳐 있는 사람으로 왜곡했다"고 오히려 부정선거 음모론과 거리를 두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토론에는 탄핵소추제도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김상겸 교수는 "탄핵소추제도가 오남용되는 게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바로 권한행사가 정지되기 때문"이라면서 "잘못하면 악용할 수 있고, 입법 외 다른 국가 권력이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를 제안한 의원의 경우에는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 자격을 상실시키는 개헌을 해야만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그래야 남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탄핵소추가 되면 바로 권한이 정지된다는 게 문제다. 이걸 개정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국가적 불행이 계속 된다"면서 탄핵소추에도 권력이 정지되지 않도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방청석에서는 극우진영에서 주장하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심과 대선 재출마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토론회 참석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좌장으로 나선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해당 질문에 대해 "말씀하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우리가 무대포 좌파는 아니잖느냐"라며 "(윤 전 대통령 탄핵) 재심청구에 대한 것도 이야기하고 있고, 윤 전 대통령의 재출마도 현행 헌법규정 등등을 보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