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달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묶는 방안을 제안했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전달했고, 미국의 헤그세스 장관은 이 제안을 환영한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어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 '원 시어터' 구상을 언급하며 한국·미국·일본·호주·필리핀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본의 '원 시어터' 구상과 제안, 그리고 미국의 환영 입장 모두 우리나라의 안보 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다.
일본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쿼드(미·일·인도·호주의 4개국 안보협의체)를 강조하며 미국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첨병 역할을 했다. 2022년 자국 안보 전략을 전면 개편하면서 전수방위 원칙을 깨고 '적기지 타격 능력' 공언했고, 미사일을 개조하고 자체 무기 개발하는 등 군사력을 키웠다. 지난달에는 육상·해상·항공자위대를 통합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공식 출범했는데, 다양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부대를 운영하고 미군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원 시어터' 구상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무모한 행보를 이어가는 일본의 행보가 심히 우려스럽다.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확정한 '임시 국가방위전략 지침'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최우선 과제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꼽았다. 만약 중국과 대만의 분쟁이 일어날 경우, '원 시어터' 구상대로라면 한반도는 곧바로 위험에 노출된다. 유사시 주한미군이 차출될 가능성도 높고, 중국과 대만의 무력 분쟁 시 우리나라 영토 곳곳의 주한미군 기지가 타격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나라 영토가 타국의 분쟁에 연루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
우리의 안보 결정권을 침해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위협하는 구상을 미국과 일본이 주고받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파면과 조기대선 국면으로 혼란스럽다고 하더라도 외교-안보 영역에서의 최소한의 역할은 해야 한다.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경위를 제대로 파악해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