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14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이 세계 혼란을 가져온 가운데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중국 시진핑 주석이 1박 2일의 베트남 방문을 마무리하고 2박 3일의 일정으로 12년만에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이다. 외교로 미국의 횡포에 맞서려는 이번 순방을 다룬 가디언 기사를 소개한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순방을 시작하며 월요일 베트남을 방문한다. 중국은 베트남 이후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을 방문하는 이번 정상 순방이 ‘중대한 중요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번 순방을 통해 자국이 안정적인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에 가혹한 관세를 부과했다가 중단한 미국과 대비되는 모습을 부각시킬 것이다.
미국의 관세 발표는 글로벌 시장에 충격파를 보냈다. 제조업 강국인 베트남과 의류 및 신발 산업이 경제에 핵심인 캄보디아는 각각 46%와 49%의 미국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은 월요일 베트남과 수십 개의 협정에 서명하는데 여기에는 철도망 개발을 위한 투자 및 협력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13일 중국은 미국에 소비자 전자제품과 핵심 칩 제조 장비를 제외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45% 관세를 ‘완전히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큰 조치를 취하고, '상호 관세'라는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취소하며, 상호 존중의 올바른 길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미국 상품에 대한 중국의 125% 보복 관세는 12일부터 발효됐다.
미국 무역 협상가였다가 현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객원 선임연구원인 스티븐 올슨은 시진핑의 인접국 순방으로 중국이 "자신을 규칙에 기반한 무역 시스템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면서 미국을 무역 관계에 주먹을 휘두르는 무법국가로 묘사할 것"이라고 했다. 의미 있고 구체적인 합의가 없어도 이번 회담들이 상징적으로 중요하다고 올슨은 덧붙였다.
베트남은 이번 방문에서 또 한 번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 두 나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동남아시아의 중요한 수출 시장인데다가 영토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파트너다. 반면 동남아 무역은 중국과 긴밀하게 얽혀 있고, 작년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이 중국 수출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145% 관세로 인해 저렴한 중국 상품이 인근 국가로 쏟아져 현지 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동남아시아에 있다.
베트남과 다른 많은 동남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편을 들지 않으려 했다. 베트남은 특히 미국이 부과한 46% 관세를 낮추도록 설득하려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도 자극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 수출이 GDP의 30%를 차지하는 베트남은 관세 발표 전에 이미 여러 양보를 했으며, 이달 발표된 관세의 심각성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베트남은 호득푹 부총리를 미국에 파견하고, 미국 수입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철폐하며 국방 및 안보 제품을 포함한 더 많은 미국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은 또한 베트남 영토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중국 상품을 단속하고 중국으로 가는 민감한 수출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간 및 군사 목적 모두에 사용될 수 있는 반도체와 같은 이중용도 상품의 수출에 관한 더 엄격한 규칙이 포함된다고 보도됐다.
지난 트럼프 정권 시절 발생한 무역 전쟁에서 베트남은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승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로 인해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가 1,230억 달러(약 165조 원)를 초과하게 돼 최근 무역 전쟁에서 특히 취약한 상태다. 공산당 일당제 국가인 베트남은 수출 주도 경제로 2045년까지 고소득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번 46% 관세로 인해 그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도 트럼프와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관세는 75만 노동자가 종사하는 캄보디아의 의류 산업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 캄보디아는 대미 수출이 국가 GDP의 25%를 차지해 특히 취약하다.
시진핑은 지난 12월 베트남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지만,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는 9년과 12년 동안 방문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지안은 말레이시아 방문이 양국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캄보디아를 ‘철통같은 친구’라고 묘사했다.
말레이시아 통신부 장관 파미 파드질은 시진핑의 방문이 ‘중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와의 더 나은 무역 관계를 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캄보디아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이며, 최근 중국이 지원하는 주요 해군 기지 업그레이드 프로젝트가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2023년 독재자 아버지 훈센으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은 캄보디아 총리 훈 마넷은 최근 중국이 자금을 지원한 도로 개통식에서 “캄보디아-중국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진핑의 이번 순방은 무역 전쟁 이후 중국이 추구하는 더 넓은 ‘매력 공세’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13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와 통화하면서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중국의 무역 전쟁 대응 전략은 동남아를 넘어선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중국과 EU가 미국의 ‘일방적인 횡포’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통해 ‘자유롭고 공정하며 공평한 경쟁의 장에 기초한 강력하고 개혁된 무역 시스템’을 지지할 양측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