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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의 “마이너스 성장” 경고, 귀담아들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지난 2월, 0.25%포인트 인하 이후 두 달 만의 결정이다. 소비 위축, 수출 둔화, 민간 투자 부진 등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추가 인하 요구가 있었지만, 금통위는 대외 불확실성과 환율 불안 요소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단기간 내 과도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고 “지금은 물가보다는 외환시장의 안정을 더 면밀히 살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새 1,410원대에서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은이 금리 인하보다 동결을 택한 데에는, 이러한 외환시장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시장의 예상과 부합한다.

문제는 한국 경제 회복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은은 “1분기는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글로벌 반도체 하강이 본격화했던 2022년 말 상황만큼 암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은 끊이지 않았고,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는 날로 커져만 간다. 대형 산불은 경제를 위축시켰고,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요인까지 겹쳤다. 결국 1분기 경제 심리는 끝없이 위축됐다.

최상목 경제팀은 한은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국회의 추경 증액 논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재정 당국이 언제나 그랬듯, 새로 들어설 정부에 안겨줄 선물 보따리 따위를 고려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속도도, 규모도 중요하다. 국회는 하루빨리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고, 재정 당국은 신속히 집행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미국에 갔다는 관세 협상팀도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노회한 장사꾼 출신 미국 대통령의 블러핑에 휘둘려 과도한 양보나 섣부른 절충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중하고 전략적인 시간 관리다. 관세 협상이 향후 수년간 한국의 통상구조를 좌우할 사안인 만큼, 차기 정부가 장기적 시야에서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협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맹목적 동맹 의식은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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