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석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여성 기자의 손목을 붙잡고 수십 미터를 끌고 간 사건은 단순한 취재 거부나 불쾌감 표출의 수준을 넘는다. 명백한 폭행이자, 언론의 자유에 대한 물리적 침해이며, 이 정권과 집권세력이 어떤 언론관을 가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그것도 공당의 최고지도부에 있는 정치인의 손으로 자행된 일이라는 점에서, 국민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사건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생했다. 토론회를 마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뉴스타파 이명주 기자가 “무엇이 죄송한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권 원내대표는 “질문하면 안 된다”며 이 기자의 손목을 잡고 20~30미터를 끌고 갔다. 그는 기자가 항의하자 출입금지 조치를 요청하며 “뉴스타파는 언론이 아니라 찌라시”라고까지 발언했다. 현재 이 기자는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은 상태다.
그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기자가 신체적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지만, 영상과 증언은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언론이 비판적 질문을 한다는 이유로 신체를 붙잡고 제압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태도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오해이자 왜곡이다.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향한 질문의 자유에서 비롯되며, 그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이 공직자의 책무다.
더구나 피해자가 여성 기자이고, 가해자는 힘과 권력을 동시에 가진 위력을 가진 남성 정치인이다. 기자가 남성이었더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물리적 제압을 가했다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내포한다. 언론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권성동 의원의 인식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 사안은 단순히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으로 넘어갈 수 없다.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이기고 돌아왔다”고 자랑하는 나라에서, 그 정당의 원내대표가 언론을 폭행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한다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국민에 대한 책임, 언론에 대한 존중,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다면 권성동 의원은 스스로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회는 즉각 윤리위에 회부해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 이 사건은 결코 ‘의견 차이’로 포장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