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락가락하며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관세 정책을 정당화하며 미국이 수십 년 동안 다른 나라로부터 '약탈과 강간'을 당해왔다며 불공정 무역 적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절대 얘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 미국이 서비스 산업에서 흑자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비스는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며, 서비스의 수출은 미국 경제의 약 25%를 차지한다. 미국은 2023년 1,586조 원의 서비스를 수출하고, 972조 원어치를 수입해, 약 361조 원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 추세는 20년 이상 지속돼 왔다. 이 외에도 우리가 미국의 무역 적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실을 다룬 카운터펀치 기사를 소개한다.
1. 달러가 주요 기축통화라고 해서 미국에 반드시 무역적자가 생기는 건 아니다 2.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3. 21세기 초 무역적자의 급증으로 인해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수백만 개 사라졌다. 4. 미국의 무역적자는 20년 전보다 상당히 작다. 5. 제조업 일자리가 반드시 좋은 일자리인 건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노동조합이지, 공장이 아니다.
1947년부터의 미국 무역적자를 보여주는 아래 그래프가 윗 사실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무역적자 ⓒ그래프=미국 경제분석국
1.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와 미국의 무역적자
미국이 세계의 주요 기축통화를 공급하기 위해 무역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주장은 크게 잘못됐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달러가 주요 기축통화이긴 하지만 유일한 기축통화는 아니다.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심지어 스위스 프랑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로 보유되고 있다. 대부분의 외환보유고는 달러 형태지만, 다른 통화들도 사용된다는 얘기다. 국제무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무역은 달러로 이루어지지만 편리하기만 하면 어떤 통화든 사용된다. 그게 달러가 아닐 때도 많다.
둘째, 미국은 무역적자 없이도 다른 국가에 달러를 제공할 수 있다. 1947년부터 1973년까지를 살펴보면 이것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은 대부분 적게라도 무역흑자를 냈다. 당시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였고 다른 통화는 법적으로 달러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른 국가는 미국의 해외투자를 통해 달러를 획득할 수 있었다. 미국이 외국의 미국 투자보다 해외에 더 많이 투자하면, 무역적자 없이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다.
2.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간의 관계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쌍둥이 적자'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주 간단히 말해 재정적자면 국가 저축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해외에서 자본을 차입해야 하므로 무역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처음부터 현실과 잘 맞지 않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987년 GDP의 3.0%에서 1991년 4분기에는 GDP의 0.4% 미만으로 줄었는데, 당시 재정적자는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이 이론은 1990년대 후반에 완전히 무너졌는데, 미국이 재정흑자를 내고 있었음에도 무역적자가 GDP의 거의 4.0%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달러의 가치였다. 유로화 이전이었던 1987년 레이건 정권은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 협상해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영국 파운드, 일본 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낮췄다. 이 과정은 성공적이었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무역적자도 함께 줄어들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990년대 중반까지 비교적 낮게 유지됐다. 그러다가 클린턴 정권에서 로버트 루빈이 재무장관이 되면서 명시적인 고달러 정책을 채택했고, 동아시아 금융위기에서 IMF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부분적인 부채 탕감 대신 부채를 모두 갚도록 요구했다. 이것은 이들 국가가 큰 무역흑자를 내기 위해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춰야 함을 의미했다.
IMF의 가혹한 정책은 중국 등의 개발도상국이 동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한 보험으로 가능한 한 많은 달러를 축적하도록 했다. 이것은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많은 달러를 축적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는 중국이었지만, 많은 다른 개발도상국도 같은 길을 따랐다. 그 결과 새 세기의 첫 몇 년 동안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돼 2005년 4분기에 GDP의 6.0% 이상으로 정점을 찍었다.
3. 2000년대 수백만 제조업 일자리 손실은 무역적자 때문?
많은 경제학자가 생산성 증가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것과 미국의 무역적자가 거의 또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주요 근거로 그들은 197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의 총 고용 대비 제조업 일자리의 비율이 거의 직선으로 감소하는 그래프를 보여준다.
하지만 절대적인 제조업 일자리 수를 보여주는 그래프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에 따르면 경기주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1970년부터 2000년까지는 완만한 하락세만 있었다. 대공황 이전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은 4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는 전체의 4분의 1이었다. 미국은 불황 동안 추가로 2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지만, 나중에 이 일자리의 약 절반을 되찾았다.
물론 2000년대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단지 생산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 무역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증가하던 생산성이 이전 30년이나 이후 15년이 아닌 그때 많은 일자리를 앗아갔다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다. 오하이오, 위스콘신, 미시간과 같은 러스트벨트의 중서부 주들은 제조업 일자리의 30~40%를 잃었다. 이는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큰 타격이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는 피할 수 있었다. 우리가 따른 세계화 패턴에는 필연적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생산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 점에서는 옳다. 무역적자를 제로로 만들더라도 제조업 일자리 수가 대폭 증가하지 않는다. 학자들에 따르면 노동력의 8.0%에서 9.0%로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수치는 아니다.
4.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15년간 크게 감소했다
이번 주 초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무역적자가 1.2조 달러로 사상 최고치라고 전한 것을 보고, 무역적자의 규모에 대한 엄청난 혼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이야기의 두 주장 모두 잘못됐다. 미국의 실제 무역적자는 작년에 9,000억 달러였다. 1.2조 달러라는 수치는 상품 무역에만 해당한다. 미국은 서비스 무역—보험, 배송, 지적재산권 지불과 같은 항목—에서 큰 흑자를 내고 있다. 서비스를 이야기에서 제외할 명백한 이유는 없다.
(유일한 합리적인 측정방법으로) GDP 대비 측정했을 때 적자가 기록적인 수준과 가깝지 않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를 기록적이라고 부르면 적자가 크고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미국의 무역적자는 2005년 최고치의 약 절반 수준이다. 무역적자를 문제라고 생각해도 그건 20년 전보다 절반 크기의 문제일 뿐이다.
5. 좋은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공장이 아닌 노동조합이다
1980년 공장은 특히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에게 다른 일자리보다 나은 급여와 혜택을 줬다.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제조업 임금 프리미엄은 대부분 또는 완전히 사라졌다.
제조업에서의 노조 조직률을 보면 그 이유가 명백해진다. 1980년에는 생산직 노동자의 거의 3분의 1이 노조에 속해 있었고 이는 나머지 민간 부문의 15%에 비해 높았다. 작년에는 제조업이 8.0%, 나머지 민간 부문이 6.0%였다. 그 2.0%p 차이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급여와 혜택 측면에서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이는 의료, 운송 또는 다른 부문의 일자리보다 제조업 일자리를 선호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이 좋은 급여를 받는 일자리를 가지길 원한다면, 제조업이든 다른 어떤 부문이든 더 많은 노조 일자리를 보고 싶을 것이다.
사실이 혼란을 이긴다
무역에 관한 논쟁에는 많은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많고 그것이 모두 트럼프 정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될 미국 무역과 관세에 관한 논쟁에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위의 다섯 가지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