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시절 바티칸을 방문한 유흥식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복은 입은 성 모자상을 선물하는 모습.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은 다른 교황들의 장례와 비교해 간소하게 치러진다. 프란치스코는 생전에 “무덤은 장식 없이, 이름만 남길 것”이라고 유언을 남겼다. 또 교황이 생전에 승인한 장례 예식에 따르면 삼중 관을 없애고, 목관 하나만을 사용하는 등 대폭 간소화됐다.
지난해 교황청 전례 사무국이 교황의 승인을 얻어 지난해 발표한 새로운 ‘로마 교황의 장례 예식’(Ordo Exsequiarum Romani Pontificis)에 따르면 교황의 시신은 전임 교황들이 3개의 관을 사용한 것에 비해 하나로 줄어들었다. 역대 교황의 시신은 사이프러스 나무 관, 아연 도는 납으로 만든 관, 참나무 관으로 이뤄진 삼중 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연으로 내부만 덧댄 소박한 목관 하나만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간소화했다.
교황의 시신 입관을 한 뒤 현지시간 23일 오전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 조문을 받을 예정이고, 장례식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치러진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들이 주로 묻힌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산타 마리아 마조레)에 안치된다.
교황의 장례가 마무리되면 교황청은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공개 추기경 회의인 콘클라베(Conclave)를 소집한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약 15~20일 이내에 열리고, 전 세계의 추기경들 가운데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이 교황 선출권을 가진다. 이들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로 비밀투표를 통해 추기경 가운데 한 명을 교황으로 선출한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콘클라베(Conclave)는 ‘열쇠로 잠갔다’는 뜻을 가진다. 그렇게 문을 잠그고 추기경들은 하루 최대 4회의 투표를 진행하고,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얻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한다.
성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추기경들 ⓒ성시스티나성당 홈페이지
그렇게 투표를 진행해 9일이 지나도 새로운 교황이 결정되지 않으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명의 후보만 추려 과반수로 결정하는 결선 투표를 치른다. 지난 100년간 치러진 7번의 콘클라베는 모두 4일을 넘기지 않은 바 있어 이번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전망이다.
교황 선출 결과는 굴뚝으로 나오는 투표지를 태운 연기로 알 수 있다. 검은 연기는 선출 실패를, 하얀 연기는 선출 완료를 각각 의미한다. 선출이 완료되면 빌코니로 나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우리는 교황을 모셨습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새로운 교황이 소개된다. 새로운 교황은 교황명을 선택하고, 교황 복장을 착용한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이번 콘클라베엔 전 세계에서 온 추기경 138명이 참여한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교황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가지고 함께한다.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은 김수환 추기경이 요한 바오로 2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1978년 이후 47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