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덕수 단일화 상대를 뽑는 기괴한 국민의힘 경선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종착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후보가 선출되기도 전에 아직 출마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가 최대 이슈가 되는 황당한 상황이다. 4명의 후보는 표현상 차이는 약간 있으나 모두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은 한 대행과 단일화를 할 상대를 고르는 것이라는 개탄이 나옴 직하다.

한 대행의 출마 자체도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이다.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기는커녕 탄핵 사태를 초래한 정부의 최고책임자가 한 대행이다. 그는 권한대행에 있으면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위헌적 행위를 했고, 차기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소동을 일으켰다.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인용으로 집행이 정지되기도 했다. 중차대한 한미 관세협상을 굳이 앞당겨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공을 탐내다 그마저도 협상을 시작하기로 하는 외에 아무 소득이 없어 헛발질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정부 책임자가 대통령을 흉내 낸 광폭행보를 하다 대선을 한 달여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는 것은 일선 면장이나 동장도 하지 않을 부끄러운 짓이다.

그런데 정작 야단법석인 곳은 국민의힘이다.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한 대행을 두고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들이 단일화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예 ‘내가 한덕수와 단일화를 제일 빨리 잘할 수 있다’는 경쟁이 붙었다. 김문수 후보는 을지‘문덕’이라는 조어까지 내세우며 “"가장 신속 가장 확실 문수+덕수 단일화 필승카드!!"라고 선전 중이다. 홍준표 후보는 ”토론 두 번 하고 원샷 국민경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동훈 후보도 토론에서 ”한 대행이 출마하면 단일화하지 않고는 이재명 후보와 대적하기 어려우니까 한 대행뿐만 아니라 이준석 후보 그리고 비명계까지도 전부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한 대행 출마에 비판적이던 안철수 후보도 “이재명 후보와 대결했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뽑히길 바란다. 한 대행이 출마한다고 하면 우리 당 최종 후보와 함께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마의 적절성뿐만 아니라 한 대행이 원내 108석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지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다른 보수후보와 지지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또한 지지층 역시 국민의힘과 겹쳐 새로운 표를 유입시킨다기보다 보수층 내부에서 표를 갈라먹는 상황이다. 즉 한 대행이 출마하나 안 하나 보수 전체 지지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한 대행을 출마로 부추기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에게 큰 격차로 밀리기 때문이다. 무언가 이벤트를 만들어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림’을 만드는 일이 불가피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 당원이어도 어색할 것이 없는 한 대행은 아무 한 일 없이 단일화 입구에 선착해 있고, 나머지 국민의힘 후보들은 3차에 걸친 경선 끝에 한 명을 뽑아 한 대행과 단일화를 한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됐다. 스포츠로 보면, 한 대행은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라가 있고, 나머지 후보들이 물고 뜯는 패자부활전을 거쳐 한 명이 결승에 오르는 형국이다. 이럴 거였으면 나경원 의원이 미리 탈당해서 출마하겠다고 하다 단일화를 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알기 어렵다. 국민들이 이런 얕은 수에 속아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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