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정부 이양을 불과 40일도 남기지 않은 정부가 정부와 공공기관의 고위직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모집 공고를 냈고 법무부 감찰관 및 대검 감찰부장 모집 공고도 나왔다. 이에 앞서 방통위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 임명을 놓고 파열음을 냈다. 기재부도 요직 인사를 발표했고, 문화부는 1년 넘게 공석이던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제청했다고 한다.
선거에 따른 정부 교체와 산하기관이나 공무원의 인사는 원칙적으로 구분된다. 다만 대선이 끝나 정부 이양이 준비되는 시점에 전임 정부는 인사를 자제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엔 후임자와의 협의를 거쳐 진행해왔다. 이는 민주정의 책임성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당연한 것이다.
지금 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사실상 국민의 신임을 잃은 상태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자신에게 대통령의 '모든 권한'이 그대로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수긍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상적 정부 이양을 앞둔 권력은 최소한 자신의 잔여 임기에 대한 민주적 정통성을 보유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그렇지도 않다. 정통성을 갖춘 권력도 자제하는 고위직 인사를 탄핵당한 정부가 마구잡이로 추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거론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윤석열 캠프에서 일했거나 코드를 맞춰 온 인사들이다. 관계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산하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행태도 한심하다. 정권이 무너졌는데도 권력자 주변에서 기웃거리던 인사들의 탐욕은 여전한 셈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제동을 건 바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갖는 권한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는 상식적인 결정이었다. 심지어 한 권한대행은 조만간 총리직에서 물러나 정치에 뛰어들 예정이다. 조만간 대권 경쟁에 뛰어들 정치인이 대통령의 '권한'을 들어 공직 인사를 한다는 건 법치주의를 모욕하는 행위다. 한 권한대행이 물러나면 최상목 부총리가 다시금 권한대행이 될 텐데 그때도 이런 부끄러운 짓을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