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경선에 김문수 한동훈 두 후보가 올랐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탄핵 이후 열리는 대선인데 국민의힘 경선은 ‘탄핵 찬성 반대’ 구도로 좁혀진 것이다. 윤석열 탄핵에 대한 압도적 찬성 여론과 동떨어진 이 당이 과연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 선거에 나설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은 1, 2차 내내 볼썽사나운 이벤트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캠페인과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장난으로 일관됐다. 계엄과 내란, 탄핵으로 너덜너덜해진 국민을 향해 백번을 사과해도 모자랄 정당이 그 책임 한 번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쟁점으로 형성된 것이 탄핵에 대한 입장이었다.
윤석열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윤석열 탄핵심판 과정에서 당내에 반헌법적 언사와 주장이 난무했다고는 해도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정당이 가질 모습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진행되는 대선의 주제가 ‘탄핵 찬반’이라니, 국민의힘은 아직도 헌정질서를 인정할지 부정할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후보들의 입에선 오직 ‘반이재명’만 되뇌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반이재명’을 내세우며 외부에서 인사를 데려와 대선을 치르더니 윤석열 3년 내내 대통령과 여당도 오직 ‘반이재명’ ‘반민주당’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다시 치르는 대선에서도 후보들의 주장이 오로지 ‘반이재명’이라니, 국민의힘은 ‘이재명’ 없이 과연 정치를 할 능력이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나아가 당내 경선이 한창인데 당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가 나서 외부에서 ‘다른 대선후보’를 모셔 오는데 골몰하고 있다. 당의 최종 후보로 결정되지도 않을 것이라면, 도대체 당원들에게 왜 후보를 선출하는 투표를 하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당정치의 기본마저 형해화하는 괴상한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국민여론을 돌릴 생각도, 정당의 기본도 내팽개쳐진 이 경선은 국민들은 물론 당원들까지 팔짱 끼고 지켜보고 있다. 경선이 치열하면 투표율이 올라가는 게 당연한데도 2차 경선 투표율이 50%를 간신히 넘었다는 건, 당원들까지도 국민의힘 경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후보에게 90%의 지지가 쏠린 민주당 경선 투표율이 60%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국민의힘 당원들이 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윤석열과 절연하지는 못할망정 ‘내란 정부’의 2인자를 데려와 대선을 치르겠다는 태도로는 국민의힘이 존속조차 힘들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기존 보수진영에 있던 인사들의 ‘국민의힘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이재명 비판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왜 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지 살펴볼 생각은 않고, ‘배신자’ 딱지 붙이는 행태만 반복한다면 국민의힘은 극소수의 지지자들만 남는 극단주의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 때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해산이 답’이라는 국민적 평가 앞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