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민자 자녀들의 생존 이야기··· 공존을 묻다

두산인문극장 2025년 연극 ‘생추어리 시티 Sanctuary City’

연극 '생추어리 시티' 공연 사진 ⓒ두산아트센터

일제의 수탈을 피해, 혹은 강제로 이주를 당한 아픈 역사는, 1963년 8000명의 광산 노동자와 1969년 1만 1000여 명의 간호사를 독일로 외화 획득을 위해 보내는 역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20여 년 뒤인 1991년 ‘외국인 산업 연수생 제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한민국에 들어오게 된다. 결혼이 힘들어진 농촌 지역 남성들과 동남아 지역 여성들의 결혼도 늘어났다. 생존을 위해 불법 이민자가 되었던 역사를 가진 우리는 이제 그 반대의 자리에 서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수많은 이민 노동자들의 삶은 영화로,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배우 윤여정에게 대한민국 최초 아카데미(오스카상) 여우조연상(2021년)의 영광을 안긴 작품 ‘미나리’ 역시, 미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2025년 1월까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62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단일민족이란 말은 의미가 없어졌다. 오늘날은 세계는 인터넷 세상에서 이미 경계없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미등록 이민자, 불법 이민자는 우리 사회에도 존재한다. 이들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연극 ‘생추어리 시티’는 오랜 시간 존재했으나 편견과 차별, 행정 편의주의에 가려져 있던 우리 사회 이민자의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무대 위, 두 십 대 이민자 자녀들의 이야기는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 가치를 갖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절절하게 들려준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티나 마이옥의 성장 담아


연극 <‘생추어리 시티’는 폴란드 출생 미국인 작가 마티나 마이옥의 작품이다. 어머니와 어린 시절 미국 뉴저지주 뉴왁(Newark)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작품 ‘생추어리 시티’에 녹아 있다. 안식처, 피난처란 뜻을 갖고 있는 생추어리 시티에서 벌어지는 G와 B의 생존 서사 ‘생추어리 시티’가 2025년 두산 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고 있다.

연극 '생추어리 시티' 공연 사진 ⓒ두산아트센터

G와 B는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한 이민자의 자녀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된다. 계부의 폭력을 피해 B의 집으로 도망 오기 일쑤인 G, 엄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인지 혼자 남을 것인지 갈림길에 선 B는 위태로운 열일곱의 삶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의 귀화로 미국 시민권을 얻게 된 G는 대학 입학을 하게 된다. 반면 혼자가 된 B는 불법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G는 B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결혼을 제안한다. G는 대학을 위해 보스턴으로 떠나고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흐른다. 다시 B를 찾아온 G는 계획했던 결혼 계획을 꺼내지만 B는 이제 사랑하는 동성 연인이 있다. 동성 간의 합법적인 결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B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불법의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위험한 위장 결혼이지만 합법적 구성원으로 살 것인지의 선택 앞에 놓이게 된다.

소속감은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살던 지역을 벗어나 이사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오랜 시간 이질감으로 고생을 한다. 그 이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웃을 만나고 사회관계를 맺고 지역 활동에 동참한다. 그 사회에 구성원이라는 무형의 소속감은 그만큼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사회 구성원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G와 B의 치열한 몸부림은 단순히 이민자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떻게 함께 공존할 것인가?


연극 ‘생추어리 시티’는 2025년 두산 인문극장의 ‘지역 LOCAL’을 주제로 한 첫 공연 작품이기도 하다. 지역 간,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에 어떻게 함께 공존해나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그 시작을 연 이 작품은 무대를 객석 가운데로 가져와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문제를 다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별다른 무대 장치가 없는 건조한 1막의 무대와 달리 소파, 탁자, 벽 장식 등으로 꾸며진 2막의 무대는 훨씬 따뜻하다.

연극 '생추어리 시티' 공연 사진 ⓒ두산아트센터

G 역의 배우 이주영과 B 역의 배우 김의태가 보여주는 깊이 있는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헨리 역의 아마르 볼드의 연기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2023년 두산연강예술상 공연 예술부문을 수상했으며, 연출작 ‘댄스 네이션’으로 ‘한국 연극’ 선정 공연 베스트 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이름을 올린 이오진 연출이 연출을 맡았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티나 마이옥(Martyna Majok)의 대표작 ‘생추어리 시티’는 5월 10일(토)까지 Space111에서 관객과 만난다.

연극 ‘생추어리 시티’

공연 날짜 : 2025년 4월 22일(화) ~ 5월 10일(목)
공연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연 시간 : 화~금 20시/토,일 15시/5월 6일(화) 15시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러닝 타임 : 100분
관람 연령 : 13세 이상 관람가(2012년생 포함 이전 출생자 관람 가능)
작 : 마티나 마이옥(Martyna Majok)
창작진 : 번역 유은주/윤색 유은주, 이오진/연출 이오진/조연출 김성령/무대디자인 송지인/조명디자인 신동선/음악, 음향디자인 지미 세르/영상기술감독 김석기/의상디자인, 제작 EK EKCOSTUME
출연진 : 이주영, 김의태, 아마르 볼드
공연 예매 :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 인터파크 티켓
관객과의 대화(수어 및 문자 통역 진행)
◼5월 3일(일) 3시 공연 후
이오진(연출가), 이주영, 김의태, 아마르볼드(배우), 진행 신가은(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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