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5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지 불과 36일, 상고가 접수된 지 34일 만에 내려진 '초고속' 판결이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신속처리 원칙을 내세우며 이를 정당화했지만, 이는 후보 등록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를 겨냥한 노골적인 정치 판결로 보기에 충분하다. 명백한 사법권의 선거 개입이자, 권력에 충성하는 법복 엘리트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다.
첫째, 판결 속도와 절차는 정상적인 법리 판단을 의심하게 한다. 대법원은 6만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단 9일 만에 검토했고, 접수 34일 만에 선고를 내렸다. 이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속도로, "정밀하고 집약적인 심리"라는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반면 여권 인사들의 사건은 수년째 질질 끌며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법 앞의 평등은 실종됐고, 법은 정권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둘째, 이번 판결은 기존 판례마저 뒤집으며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 2심은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인식 또는 의견 표명'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단정했다. 이는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판례를 무시하고 유죄를 끌어낸 정황이 뚜렷하다. 특히 선고를 생중계하며 발표 시점을 정무적으로 조율한 점은, 법원이 정치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권 인사들이 "당선 무효 확정"이라며 즉각적으로 정치적 압박을 가한 것은 이 판단의 의도를 반증한다.
셋째, 이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0명 모두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라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석준, 권영준, 마용주 대법관 등은 그동안 기득권을 옹호하거나 정권에 유리한 판결을 반복해온 인물들이다. 김앤장 수임 논란, 800원 횡령 해고 정당 판결, 윤미향 유죄 판결 뒤집기 등은 법적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사례다. 이들이 권력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법조 카르텔'의 일부라는 주장은 더 이상 음모론이 아니다. 이는 축적된 현실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구조적 사실이다.
결국 우리는 하나의 질문 앞에 선다. 과연 이것이 사법부의 판결인가, 아니면 권력 엘리트들이 짜 맞춘 정치 시나리오의 일환인가. 윤석열이라는 내란의 우두머리가 임명한 대법관들이 일제히 나서서 내놓은 판결이라면, 이들이야말로 그 체제에 가장 적합한 '법관'이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법원의 최상층부에는 그런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우리가 미처 드러내지 못한 또 다른 '10인', 또 다른 '카르텔'은 얼마나 더 있을까.
지금의 사법 현실은, 우리가 직면한 개혁과제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항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제도보다 사람에 달려 있고, 지금 그 사람들의 조직적 배반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빛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끝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