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2월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정진석 비서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한덕수 전 대행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5월 3일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덕수 전 대행은 대선 출마의 명분으로 ‘개헌’, ‘통상’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덕수 전 대행의 진정한 출마 배경은 무엇일까?
이를 파악하려면, 작년 12월 3일 이후에 있었던 중요 사건들을 종합해 볼 필요가 있다.
탄핵 반대 제1선을 맡았던 ‘한덕수’
작년 12월 3일 이후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을 가장 앞장서서, 그리고 가장 실효적으로 반대했던 것은 누구일까? 그것은 전광훈도, 윤상현도, 김문수도 아니다. 바로 한덕수 전 대행이었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작년 12월 14일이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도 탄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헌법재판관 3인이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한덕수는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했다. 이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아직도 윤석열에 대한 탄핵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한덕수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가장 강력한 탄핵저지의 수단이었다. 한덕수는 윤석열 탄핵 반대의 제1선을 자임했던 것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로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 가운데 긴급 소집된 회의를 마친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및 국무위원들과 국무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24.12.04. ⓒ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당들이 과감하게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해서 최상목으로 권한대행 자리가 넘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윤석열은 여전히 대통령 지위를 유지하면서 한남동 관저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헌법재판관 부족으로 탄핵 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덕수는 사실상 무기한 권한대행으로서, 윤석열의 ‘꼭두각시’같은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내란을 일으킨 세력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지금보다 더 지지부진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내란의 늪에서 한치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의문은 ‘경제관료 출신인 한덕수가 왜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진행을 가로막으려는 무리수를 뒀을까’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의문이 풀렸다. 한덕수는 윤석열과 사실상 ‘한배를 탄 것’ 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윤석열의 탄핵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선거관리를 해야 할 권한대행의 자리를 버리고, 대선 출마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이완규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도 같은 성격
한덕수 전 대행이 윤석열과 ‘한배를 탄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또 한 가지 지점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에 의해 한덕수 전 대행이 대통령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후, 이완규 법제처장을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던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이것은 누가 봐도 무리 중의 무리인 인사였다. 내란수괴 혐의로 파면당한 윤석열의 절친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려는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차기 대통령이 행사해야 할 인사권을 침해해가면서까지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중 삼중의 무리수를 뒀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도 ‘왜 한덕수가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라는 의문이 숱하게 제기됐다. 한덕수라는 관료를 아는 사람들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의문도 해소됐다. 한덕수는 윤석열과 ‘한배를 탄 사이’였던 것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울산의 한 식당을 방문애 결식아동 등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해온 사장 및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16. ⓒ뉴시스
물론 한덕수가 ‘왜 윤석열과 한배를 탄 사이가 되었을까?’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실규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덕수가 보인 행태의 동기에 관한 것일 뿐이다.
한덕수는 그 어떤 이유로든 윤석열과 한배를 탔다. 그것만이 그가 작년 12월 3일을 전후해서 보인 수상한 행태,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탄핵 반대의 제1선에 섰던 것, 이완규 지명이라는 엄청난 무리수를 둔 것, 그리고 지금의 대선출마에 이르기까지를 설명할 수 있다.
탄핵 반대의 대표선수는 한덕수일 수도
그런 점에서 한덕수가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운 ‘개헌’, ‘통상’도 허울뿐인 명분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출마는 ‘자신과 한배를 탄’ 윤석열의 이해관계와 무관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가장 강력한 ‘탄핵 반대’ 전력이 있는 후보는 김문수가 아니라 한덕수라고 볼 수 있다. 한덕수는 실제로 탄핵을 좌초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윤석열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수 있는 후보도 김문수가 아니라 한덕수일 수 있다. 이른바 친윤들이 한덕수를 밀고 있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