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후보로 선출하는 국민의힘을 보며 기이함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게 이 나라 대표 보수정당의 실체이자 수준인가.
대선은 정상적이라면 2027년에 열렸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무장군인이 난입했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과 유력인사를 체포하려 했다. 계엄이 성공했으면 이뤄졌을 노상원 수첩의 계획은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를 능가한다. 민주공화정을 부인하는 친위쿠데타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당연히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파면했다. 그래서 대선이 치러지고 있다.
윤석열 본인은 법정에서도, 주변에도 한 번도 국민에게 사죄하고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기고 돌아왔다”며 태평하게 지인과 식당을 찾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두루뭉술한 ‘사과’를 했지만 비상계엄과 탄핵을 사과하지는 않았다. 그 징표가 아무런 징계도 제재도 받지 않은 ‘1호 당원’ 윤석열의 존재다. 윤상현과 김민전 등 극우세력에 올라탄 이들은 고개를 뻣뻣이 들고, 탄핵을 찬성하고 국민에 사죄하자는 김상욱은 탈당 압박을 받고 있다.
당이 이 지경이니 극단적 후보의 선출은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계엄을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유승민은 출마도 못 했고, 안철수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중간자적 입장으로 통합을 강조한 홍준표도 탈락했다. 직전 대표 선거에서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당선된 한동훈은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모두에서 밀려 상당한 격차로 김문수 후보에 졌다. 윤석열을 대통령후보로 올린 그 자리에 다시 김문수를 올리는 국민의힘을 정상적 보수정당이라고 부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김 후보는 백범 김구 선생 국적이 중국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친일 뉴라이트 역사관을 신봉한다. 전광훈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만들었으며, 극우집회 연단에 함께 올라 음모론과 극언을 쏟아냈다. 김 후보가 자랑스러워 하는 ‘국회에서의 사과 거부’도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막아낸 내란 직후에 국무위원으로서 일말의 성찰도 하지 않는 ‘윤석열 아바타’의 모습일 뿐이다. 내란 이후 국가와 국민이 겪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고통과 혼란을 김 후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묻고 싶다.
원내 108석 거대정당으로 개헌저지선을 가진 국민의힘은 마지막 반성의 기회도 걷어차고 자멸의 길을 택했다. 김 후보를 내세운다는 것은 선거전술로 봐도 온건보수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모아 국민의 선택을 받기를 포기한 것이다. 한덕수와의 단일화라는 이벤트에 기대고, 사법부가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제거해 주기만 바라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꼼수도 주권자 국민의 선택 위에 있을 수 없다. 투표든, 항쟁이든 국민은 내란을 종식하고 민주헌정을 지키는 길로 나아갈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몰락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