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SK그룹이 최태원 비방글 삭제나 요청하고 다닐 때인가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고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SK그룹이 네티즌들이 올린 최태원 회장 비방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더해졌다. 지난달말 한 누리꾼이 올린 “SK는 회장 마누라 교체 비용은 2조 넘게 쓰면서 심카드 교체 비용은 왜 이리 아끼는 거임?”이라는 글은 여러 사이트로 확산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 이 글들이 어떤 이유로 일제히 삭제됐다. 루리웹 유저가 자신의 글이 삭제된 이유를 캡처로 떠서 올렸는데 삭제 사유가 ‘최태원 대리인의 삭제 요청’이라고 명시됐다. SK그룹이 최태원 비방글을 삭제하고 다닌다는 뜻이다.

우리는 “회장 마누라 교체 비용은 2조 넘게 쓰면서 심카드 교체 비용은 왜 이리 아끼는 거임?”이라는 비꼼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박근혜에게 사면을 받은 횡령 사범 최태원이 출소하자마자 이혼을 추진한 행태는 세간의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게다가 SK텔레콤이 보여준 유심 유출 사고에 대한 후속 대응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니 분노한 네티즌들이 저런 풍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SK텔레콤은 책임있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최태원 비방글이나 삭제를 요청하고 다닌다. 국민들의 불안감보다 최태원의 심기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 아닌가?

SK그룹은 원래부터 최태원 회장의 심기 보호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최태원 본인도 자신에 대한 평판에 집착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직접 네티즌들을 고소한 적도 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시위를 하려면 본사 건물 앞에서 하지 말고 최태원 집 앞에서 하라. 본사에서 하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데 최태원 집 앞에서 하면 즉각 반응이 온다”라는 말이 나도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사고를 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사고를 쳤다면 수습을 잘 해야 한다. 그게 2,500만 가입자를 보유한 통신사의 임무다. 게다가 이 사태의 최고 책임자는 그룹 총수 최태원이다. 그가 직접 국민들 앞에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이다. SK그룹은 최태원 심기 보호가 아니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사태 수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