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볼썽사나운 국민의힘 단일화 내홍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서 단일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쥔 만큼, 단일화 추진기구를 구성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협상에 임하려는 모습이다. 반면 무소속인 한 후보는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에 어떻게든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는 5일 석가탄신일 행사 현장에서 김 후보를 만나 세 차례나 회동을 제안했는데, 이에 김 후보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친윤’ 주류가 자당 후보에게 조속한 단일화를 압박하며 벼랑 끝으로 내모는 진귀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김 후보로부터 경질된 이양수 사무총장을 유임시키면서, 자당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도 무력화시켰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에 단일화 방식·시기 등을 일임하겠다는 뜻을 밝혀놓고 뒤에서는 친윤 주류들을 동원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무기 삼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의 태세 전환도 우습다. 사실상 약속된 이벤트에서조차 엇박자를 내는 꼴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애초에 한덕수와의 단일화 시나리오 자체가 저열한 발상이었으니, 어찌 보면 지금 상황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윤석열 내란에 대한 분명한 성찰이 전제되지 않고서야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에 관한 어떠한 논쟁도 무의미하다. 두 사람은 모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임명한 국무위원이었다. 김 후보는 윤석열 파면의 근거인 12.3 불법계엄 당시 국무위원으로 있었음에도, 일말의 사과조차 없었다. 백범 김구 선생 국적이 중국이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극우 인사 전광훈과 연단에 올라 각종 음모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파면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책임진 당사자인 한 후보는 말할 것도 없는 내란 부역자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며 윤석열 탄핵심판을 방해했고, 내란 수사 대응을 주도했던 이완규 법제처장을 권한도 없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발탁하려는 반헌법적 획책을 일삼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아직도 당적을 두고 있는 정당이다. 정상적인 정당에서라면 당의 공식 사과와 윤석열 출당 조치가 선행되고, 성찰의 진정성과 내란 종식 의지를 평가 기준으로 당의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경선을 반등을 모색하는 기회의 장으로 이끌지 못한 채 자당 경선을 ‘윤석열 아바타’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위한 ‘2부 리그’로 전락시키면서 자멸의 길을 택했다. 가치에 대한 차이나 내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전혀 없어 지지층이 겹치는 두 사람의 단일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상식적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반이재명’이라는 묻지마 공통어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조차 “기괴한 단일화이며,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혹평했다.

두 사람의 단일화는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내란 지속을 위한 야합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혹여나 단일화가 최종 무산돼서 여권이 분열된다 하더라도, 이는 내란 잔당들의 저열한 야합 시도가 낳은 업보가 될 것이다. 사법부의 뜬금없는 대선 난입이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살려줬는지 모르겠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온 이상 여권의 두 후보와 국민의힘은 오는 6.3 대선에서 내란 종식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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