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장 큰 이슈는 초고령 사회와 출산율 저하다. 이미 SNS 상에는 수십 년 후 한국의 모습을 예견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23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독일의 유튜브 채널 'kurzgesagt(쿠어츠게자흐트)은 '한국은 끝났다'라는 제목을 통해 한국의 인구 소멸을 다루기도 했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지 7시간 만에 100만을 훌쩍 넘기면서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이 충격적인 경고를 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던 사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실행도 없었다. 전면적이고 파격적인 정책 변화와 기업의 일터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이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현 상태에선 출산율 급등이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는 단연 쉽지 않다. 다만 한 개인으로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양육하는 일이다. '어떻게 키우는 것이 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는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커지던 때, 한 프로그램에서 '7세 고시'를 방송했다. 7세 고시란, 만 5세 6세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시험을 말한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작은 꼬맹이들이 빽빽한 글들로 가득한 문제를 푸는 모습은 충격을 안겼다.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불필요한 사교육 현장은 세를 불린다. 대신 아이들이 무료로 자유롭게 놀 공간은 줄어든다. 대표적으로 동네 놀이터가 있다. 이용자 수 감소로 놀이터는 어르신 시설로 변신하거나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결국 놀이터의 역할은 키즈카페로 이동했다. 공교육이 사교육에게 역할을 빼앗긴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이 하나씩 '유료화'되고 있다.
인구 수가 줄어들어 공간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누릴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이야기들은 줄지 않길 바란다. 예술의 영역이 견고하게 서있길 바란다. 영유아 공연이나 어린이 청소년극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이들의 첫 예술 경험은 발달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첫 경험을 시작으로, 예술이라는 공기를 자연스럽게 입은 아이는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공연장을 찾기 어렵다. 부모의 역할이 큰 이유다.
그간 공연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다양한 세상, 무한한 세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경험치를 늘려갔다. 시험지가 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 다채로운 경험은 아이를 지켜줄 단단한 갑옷이 될 수 있다. 그 갑옷을 계속 만들어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소수'가 된 아이들을 위해 힘센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