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금천구 오미생태공원에 들어서자, 하늘색 노란색으로 넘실거리는 종이 장식들이 관객을 맞이했다. 야외 무대를 가득 채운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린 관객들이었다. 36개월 이하의 영유아들은 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아장아장 뒤뚱뒤뚱 공연장에 들어섰다.
객석이 아기 관객들로 가득 차자 곧 공연이 시작됐다. 아기들에겐 생애 첫 공연 나들이었고, 창작진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어린 관객을 만날 시간이었다. 바로 창작팀 '온몸'이 선보이는 쇼케이스 '봄여름가을겨울 슴숨슘' 무대였다.
우선 아기들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재즈 아티스트들의 즉흥 연주였다. 연주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 따스한 봄 공기와 조화롭게 결탁했다. 아기들은 무엇이 피아노 소리인지, 무엇이 드럼 소리인지 알 수 없어도, 팔 벌려 안아주는 음악의 따뜻한 환대에 기분 좋게 응했다.
어떤 아기는 배시시 웃기도 했고, 어떤 아기는 두 눈을 말똥말똥 거리며 무대에 집중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분명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무 구멍 속에서 꼬물꼬물 등장한 존재들은 '무언가'가 되어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무언가'는 관객의 상상의 영역이었다. 누구든 무언가를 느끼고 상상하고 감각 할 수 있었다. 그 움직임은 아기들에게 자연이 될 수도 있었고, 동물이 될 수도 있었고, 춤이 될 수도 있었고, 부모의 따뜻한 품이 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봄여름가을겨울 슴숨슘'은 어떤 줄거리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것 보다, 아기 관객들이 출연진의 움직임을 만나는 순간순간들을 빛나게 빚어냈다. 출연진들이 손가락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는 움직임은 아기에게 빗방울 소리가 될 수도 있었고, 물방울이 튀기는 소리도 될 수 있었다. 배우들이 몸을 연결해 꿀렁꿀렁 움직이는 모습은 아기들에게 파도가 될 수도 바람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발달 과정 상 연령이 낮은 아기일수록 어떤 것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소리다. 해당 공연은 50분으로, 아기들의 집중력이 흩어질 만도 하다.
하지만 무대는 다양한 감각 도구들로 아기들의 시선을 연신 사로잡았다. 무대에 흥이 점점 올랐을 땐, 무대에 올라가 발을 구르며 춤을 추는 아기도 있었다. 무대 소품인 달걀 장난감을 흔들기도 하고, 탱탱볼을 던지는 아기도 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 슴숨슘'은 즉흥연주와 출연진의 몸짓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현하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세상을 탐색해 볼 놀이와 경험을 제공했다. 어떤 매체도 흉내 낼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 작품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더 어린 관객을 위한 극장'의 2편의 쇼케이스 중 하나였다.
서울 공연은 지난 5월 2일부터 4일까지 금천구 오미생태공원에서 진행됐다. 광주 공연은 5월 9일부터 1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ACC) 어린이문화원 앞 광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