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됐다. 법원은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 기일을 변경하면서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 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 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상고가 접수된 뒤 불과 34일 만에 2심 무죄를 유죄로 뒤집는 선고를 내렸다. 상고가 접수되자마자 전무후무한 속도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으며, 6만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단 9일 만에 검토했고, 단 두 번만 심리 절차를 진행한 결과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의 ‘정치적 의도’가 법적, 절차적 가식조차 팽개칠 만큼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 오히려 놀라웠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걱정을 키웠다. 대법원 판결 하루 뒤인 지난 2일 서울고법은 담당 재판부를 배당했다. 배당 직후 재판부는 첫 공판을 오는 15일로 지정하고 서울남부지법과 인천지법 집행관을 통해 인편으로 소송 서류를 송달해달라는 촉탁서를 보내는 등 사건 진행을 서둘렀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여당 의원들의 재판과 비교할 것도 없이 다른 일반적인 형사사건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속도였다.
대법원의 상고심 재판기록 열람 과정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되자 불과 이틀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대법원장 사퇴 권고’를 언급하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리한 절차를 밀어붙여서라도 특정 후보의 자격을 유권자의 투표에 앞서 결정하겠다는 오만은 이미 여론의 심판을 받았다. 만약 사법부가 무리한 일정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며 국민 여론에 맞섰다면 법원의 정치적 중립은 파산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을 것이다.
재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그런 의미에서 최악의 사태를 피한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똑같은 이유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재판도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적어도 국민이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지켜지게 되었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이번에 판결이라는 외형을 취한 채 조희대 대법원이 저지른 상식 밖의 행동을 국민은 사법 쿠데타라 불렀고, 그에 걸맞는 여론의 심판을 내렸다.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도 그것을 자신의 권한이라 주장했고, 누가 봐도 비뚤어진 잣대로 정치에 개입한 대법관들도 지금까지 반성은커녕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나 대법원의 사법 쿠데타나 민주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주권재민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번 사태로 촉발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방법은 결국 사법 개혁밖에 없다. 물의를 일으킨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미 대한민국 사법부를 대표할 자격을 잃었다. 대법원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며, 본분을 넘어 선거에 개입한 대법관들과 함께 사죄하는 것이 사법 신뢰 회복의 전제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