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후보 간의 이른바 '단일화'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고, 어떤 의미에선 기이하기까지 하다.
애초 김 후보와 한 후보 사이의 단일화는 친윤 진영의 합의사항이었다. 김 후보는 계엄의 불법성도 인정하지 않은 그야말로 친윤이고, 한 후보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계엄과 내란 당시에 소극적으로 협조한 데다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내란 진압에 발목을 건 바 있으니 도긴개긴이다. 이들이 단일화를 하리라는 건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었다.
그런데 김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김 후보는 단일화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여기엔 시간을 끌면 조직과 자금이 우위에 있는 자신이 한 후보를 앞설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다. 국민의힘 조직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하면 한 후보의 우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김 후보의 뜻대로 된 건 하나도 없다.
조직과 자금을 실제로 쥐고 있는 친윤 진영이 후보를 교체하려 했기 때문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선출한 지 몇 시간도 안 되어 단일화 절차를 시작하길 원했다. 이들의 속내는 빨리 한 후보로 후보를 바꾸자는 것일 테다. 이들은 수 주 간에 걸쳐 치러진 당내 경선 절차 따위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김 후보를 앞세워 한동훈 전 대표를 밀어내고, 한 후보처럼 당내 권력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대체한 후 대선 이후 당을 다시 장악하겠다는 구상이 있었을 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가 친윤 진영의 구상에 반발하자 이제는 강제로 후보를 교체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두 후보의 합의가 이뤄지든 아니든, 막무가내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후보를 교체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의 민주적 운영을 명시한 헌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윤석열의 계엄과 내란에 동조한 세력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런 행태는 일관성마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