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주장했다고 위원장 소환...공무원 정치기본권 있어야”

[인터뷰]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비상계엄의 밤, 위법한 명령에 맞서 병력이 서강대교를 넘지 못하도록 한 수방사 대령이나 선관위 진입 임무를 피해 부하들과 편의점에서 시간을 떼운 방첩사 대령을 국민들은 격려한다. 그러나 평소 그런 공무원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부당하고 위법한 권력이나 행정을 비판하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엄두내기 힘들다. 정치기본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퇴진하라고 집회하고 유인물 돌렸다고 고발이 됐다. 영등포경찰서에서 제게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통보했다. 시군에서도 계엄 규탄 현수막 걸었다고, 공무원이 그러면 되냐고 일부에서 항의가 들어온다”고 혀를 찼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이해준 위원장은 공무원의 해묵은 요구인 정치기본권 보장이 국민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나 정당 등이 입장을 내거나 정책을 마련했을 때, 누구보다 문제점을 잘 아는 공무원은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데 정치중립으로 다 막혀 있다”면서 “할 말을 제대로 못 하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은 국민한테 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무원도 노동자당’이라는 깃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페이스북에 4월 30일 올라온 ‘공무원도 노동자당’ 깃발 사진 ⓒ이해준 위원장 페이스북

한때 ‘철밥통’으로 불리던 공무원은 이제는 기피직종으로 불린다. 저임금과 감정노동 등으로 인해 어렵게 임용된 젊은 공무원들이 금세 이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9급 초임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이었는데 노조가 목소리를 내고 요구해서 조금 좋아졌다”면서 “산불이나 폭우 같은 재해재난, 명절, 지역축제 등에 대기하고 근무하는데 수당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공무원들의 열악한 현실을 전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 등이 구성한 공무원·교원생존권투쟁위원회는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무원 기본권·생존권 쟁취 총력투쟁대회를 연다. 당초 4월에 열릴 예정이던 집회는 산불 등으로 미뤄져 대선 초입에 개최된다.

이 위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공무원들의 요구를 강력하게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풀어나가려 한다”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믿고 힘차고 당당하게 대회를 성사시키자”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권력이나 국가기관 등이 잘못했을 때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게 정치기본권이다.”


이해준 위원장이 쉽게 설명하는 공무원 정치기본권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기자 : 비상계엄 이후 전국공무원노조와 조합원들도 열심히 싸우셨다. 윤석열 파면으로 조기대선을 맞이하는데 소감이 어떠신가.
=이해준 위원장 : 국민과 함께 한남동과 남태령, 국회와 광화문에서 열심히 투쟁했다. 다시는 반국민적 정치세력이 나와서는 안 된다. 또한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개헌과 사회대개혁 투쟁에 민주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공무원은 정치기본권이 없다 보니 정치적 의사 표현도 불안하고 제재를 받기도 한다. 아직도 일부 국민은 행정이나 교육이 편향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치기본권은 공무원의 숙원이다. 이승만 때 부정비리 덮으려고 공무원을 자유당에 입당시켜 손발로 만들었고, 박정희는 쿠데타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정치기본권을 없앴다. 공무원이 정치기본권을 빼앗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나 정당 등이 입장을 내거나 정책을 마련했을 때, 누구보다 문제점을 잘 아는 공무원은 행정의 주체로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데 정치중립으로 다 막혀 있다.
공무원들의 정치중립은 업무에서는 필요하다 직무에서 정치중립을 위반하면 당연히 징계당한다. 그것은 우려를 안 해도 된다. 권력이나 국가기관 등이 잘못했을 때는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게 정치기본권이다.

-요즘 행정이나 정책이 잘못되면 공무원들한테 왜 가만히 있었냐는 비판도 많다.
=의견표명을 잘못 하면 정치중립 위반으로 징계 공문이 내려온다. 이번에도 지난해 12월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퇴진하라고 했다고 고발이 됐다. 영등포경찰서에서 제게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통보하는 실정이다. 시군에서도 계엄 규탄 현수막 걸었다고, 공무원이 그러면 되냐고 항의가 들어온다

-비상계엄 날 경찰이나 군인 중 잘못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평소 공무원은 그러기 힘들겠다.
=그렇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위원장님 페이스북에 ‘공무원도노동자당’ 깃발 사진 재밌던데
=5월 10일 집회에서 이벤트성으로 깃발을 들어보려고 한다. 저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진짜로 공무원들이 정당을 만드는 절차를 밟아보자는 생각이다. 당연히 반려를 할 것인데 행정소송도 하고 이슈를 만들어 가는 걸 생각 중이다.

-실제로 하게 되면 이슈도 꽤 되겠다. 외국에서는 저걸 왜 허용을 안 해주지 싶겠다.
=맞다. 어떤 절차나 규정을 허물려면 말만 할 게 아니라 무언가 선을 넘는 실천이 있어야 되지 않나. 대전환 시대에 공무원노조로서 한번 해볼만 하지 않나 싶다.

-웃픈 일인데 정치기본권은 없지만 선거업무는 밤새우면서 한다. 부정선거론 반박 중에 ‘투개표를 중앙선관위가 하냐, 다 일선 공무원이 한다’고 하더라. 업무 부담은 개선됐나.
=최근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공문만 내려오면 무조건 따라야 했다. 노조가 목소리를 내니까 선관위에서도 답이 오고, 대화가 이뤄진다. 수당도 올랐고, 투입 인원도 줄고, 대체휴무도 생겼다. 아직 혜택 못 받는 분들도 있지만 선관위가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한다.

-제 기억으로는 6~7년 전만 해도 공무원 철밥통 같은 표현이 흔했는데 요즘엔 지원율이 낮아졌다, 젊은 공무원 이탈한다, 이런 뉴스가 많다.
=맞다. 정부가 공무원 처우 개선을 뒷전으로 미뤄놨던 것이 쌓이면서 폭발하고 있다. MZ세대에게 가장 큰 문제는 저임금이다. 얼마 전까지 9급 초임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이었는데 노조가 요구해서 조금 좋아졌다. 또한 공무원들은 불규칙하게 근무하거나 대기하는 날이 많다. 그런데 근무시간이 길어도 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다. 그래서 젊은 공무원들의 박탈감이 너무 크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부족한 게 아직 많다. 결국은 다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

-공무원들 애로사항에 악성민원도 있다. 가끔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고.
=1~2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에서 악성민원에 알아서 대처하라는 식이었다. 시장, 군수가 선출직이다 보니 공무원에게 참으라 하고, 많은 경우 공무원이 오히려 사과했다. 요즘에 노조에서 고소고발하고 적극 대응하니까 악성민원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9시 출근 6시 퇴근, 꿈같은 이야기다.
저임금이어도 저녁이 있는 삶인줄 알고 들어온 젊은 공무원들 다 실망한다”


-대선 요구안에 점진적 주 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있던데, 공무원은 노동시간이 짧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데 요구하신 배경은 무엇인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 퇴근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MZ세대들이 그렇게 알고 들어왔다 실망한다. 봉급을 적게 받아도 저녁 있는 삶을 원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폭우, 가뭄, 산불 같은 재난재해, 명절 비상근무 등 시간 외 대기하고 근무하는 시간이 많다. 주말에도 약속을 마음대로 잡을 수가 없다. 지역축제만 봐도 시군 하나에 1년에 여러 개인데 다 주말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총출동해서 축제 관리해야 한다.
우리가 주5일제를 완성시킨 것이 20년 전이다. 이제 4.5일제, 4일제 해볼 때가 됐다. 이재명 후보도 이야기하지 않았나. 이번 대선에서 이슈가 돼 실현되는데 공무원노조가 일조하겠다.

-연금도 공무원들에게는 민감한 이슈다. 지난해 모수조정 돼서 새정부 들어서면 구조개혁 논의할 텐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
=연금은 공무원에게 박봉과 열악한 처우지만 퇴직 후의 삶을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국민연금과 평면적으로 비교해선 안 된다. 공무원이 그간 많이 내서 많이 받는 구조인데 오해가 많다. 기초노령연금은 당사자는 물론 배우자도 못 받는 등 여러 제약이 있다.
또 이미 공무원들이 많이 양보를 했다. 2015년 정부와 국회가 연금 합의를 할 때 더 내고 덜 받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향후 65세 수급연령과 소득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년 문제도 풀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이 나 몰라라 약속을 안 지켰다. 벌써 몇천 명의 소득공백자가 발생했다. 2015년 합의를 안 지킨 것을 먼저 사과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이후 대선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 임금 인상, 정년 연장, 점진적 주 4일제, 인력 확충 등이 대선 6대 과제다. 윤석열 정부가 인력을 안 뽑아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6대 과제에 대해 각 당,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정책협약을 바탕으로 이후 법제도를 바꾸고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 정부와 소통하려고 준비할 것이다.

-10일에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참가할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언제나 조합원들이 힘들어하는 곳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을 지키고 감싸는 노조가 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 5월 10일 대회도 우리 공무원들이 원하는 것들을 큰 목소리로 내고, 정치권에 요구하고, 길을 여는 자리다. 조합원 여러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믿고 힘차고 당당하게 대회를 같이 성사시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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