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5.08.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8일 주 4.5일제에 대한 재계의 우려에 대해 "단계적으로, 영역별로 차등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주 4.5일제 공약에 대해 재계가 우려를 전하자 "제가 어느 날 갑자기 긴급 재정명령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주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주 4.5일제 도입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장기적으로는 주 4일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이 후보에게 "법정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이는 주 4.5일제 논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중소 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연장 근로시간이 일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돼 변화하는 수주상황에 대응이 쉽지 않고, 첨단산업 분야는 적응하기 어렵다"며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는 "(노동시간을) 막무가내로 줄일 순 없다. 다 준비를 하고, 점진적으로 바뀌어가야 한다"면서 "계엄선포 하듯 할 거라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답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정 정년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손 회장은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등 보다 유연한 방식 통해 고용자 일자리 문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폈다.
이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정년 연장 문제를 '기업이 다 책임져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며 "(노사)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산업,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니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일방으로 정해서도 안 되고,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노동시간제 예외' 문제를 두고 노동계와 재계가 의견 대립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양쪽 입장을 들었는데 별로 차이가 없는데 없는 차이를 만들어서 하고 있더라"라며 "사회적 대화가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특별연장근로 한도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면 되는 문제"라며 "노동부가 시행령으로 늘리면되는데 자기들이 욕을 먹기 때문에 반도체특별법에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구절을 넣어달라고 했다. 권한대행과 노동부가 민주당에 공식 요구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속세를 완화해달라는 재계 제안도 나왔다. 이에 이 후보는 "상속세 가업상속특례가 상당히 많이 완화돼 있는데 그것도 더 늘리자고 한다"면서 "(특례를) 늘린지 얼마 안 되는데 또다시 늘리기에는 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민간 역량 믿고 정부가 뒷받침해야...재계 의견 적극 수용"
이 후보는 이날 재계를 향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이 사회를 더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길이 있다고 제시하면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민생을 살리는 일이고, 민생을 살리는 일의 핵심은 바로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며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과거처럼 경제와 산업 문제를 정부가 제시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이제는 민간 영역의 전문성과 역량을 믿고 정부 영역이 충실히 뒷받침해 주는 그런 방식으로 가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제는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의 길을 가야 한다"며 "반 발 앞서서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여러 영역에서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기회의 공정, 결과 배분의 공정을 통해 양극화를 조금씩 완화해 지속적인 성장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새로운 경제 성장 방법으로 ▲통상 문제에 대응한 일본과의 경제 연대 ▲내수 진작을 위한 고급 해외인력 유입 ▲콘텐츠산업·해외투자를 통한 '소프트머니' 강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일본과의 경제 연대에 대해 "일본과의 경제연대라는 게 단순한 협조가 아니라 EU(유럽연합) 같은 경제공동체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2조달러가 안 되는 GDP(국내총생산)의 한국 경제를 일본과 합해 7조달러에 이르는 경제 규모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럴 경우 1% 성장은 과거 한국만의 2~3% 성장보다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일본과 함께 저성장, 저출산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면서 "일본과 같이 한다면 (해당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통상문제에 대한) 연합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미국 통상·외교 정책은 각개격파 정책이기 때문에 각 산업분야가 따로 대응하면 각개격파 당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도, 정부도 연합해야 한다"며 "개별 국가가 겪는 어려움이 모든 국가 겪는 어려움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입장이 비슷한 인근 국가들과 공동 대응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대해 가용한 모든 방법 동원해 APEC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치권이 협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고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특히 APEC 행사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참석 여부가 매우 중요한데 참석하도록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최 회장, 손 회장을 비롯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