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 ⓒAP
가톨릭교회는 제267대 교황으로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선택했다. 새로운 교황 ‘레오 14세’는 미국 출신으로는 최초이며, 남미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 이후 두 번째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자 역사상 최초의 아우구스티노회 출신 교황이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8일(현지시간) 콘클라베 이틀째 네 번째 투표만에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선출했다. 외신들은 교황 레오 14세를 중도적 성량의 인물로 분석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이끌어갈 교황이면서도 동시에 신학적으론 중도적이어서 개혁파와 보수파 모두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교황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이라는 말로 전 세계에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건네신 첫 인사이며, 우리 모두에게 전해져야 할 인사”라고 강조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목소리를 이어받아, 두려움 없이 정의와 평화를 향한 길을 걷는 교회, 다리(橋)를 놓는 교회, 대화를 중시하는 선교적 교회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또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을 인용해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인이며, 여러분을 위해 주교가 되었다”고 밝히며 겸손한 리더십을 천명했다.
미국 시카고 출신, 페루에서 선교 경험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교황 레오 14세는 수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아우구스티노회에 입회하여 페루에서 오랜 기간 선교 사제로 활동했다. 그는 치클라요 교구의 주교, 페루 주교회의 부의장, 그리고 바티칸 주교성성 장관을 역임했으며, 202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사진은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2025.05.08. ⓒAP
그는 선교 현장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신학생 양성과 교회 사목에 헌신했고, 법학 박사로서 교회법과 신학 교육에도 깊이 관여했다. 특히 교황 프란치스코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아, 교황청 소속 여러 기구에서 임무를 맡아왔다.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등 정의·이민자·평화를 위한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그가 첫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하는 등 미국 출신 교황의 탄생을 반겼다.
하지만, 교황 레오 14세는 추기경 시절부터 사회 정의와 인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해왔다. 때문에 트럼프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레오 14세가 앞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교황 레오 14세는 SNS 활동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과 난민 배제 조치, 가족 분리 정책 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으며, 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에는 인종 정의를 지지하는 글을 공유했다.
최근에는 JD 밴스 상원의원의 왜곡된 기독교 사랑 해석에 반박하며,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랑의 서열을 정하라고 하지 않으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은 교황 프란치스코와 마찬가지로, 교회가 정치 권력과 분명한 선을 긋고, 약자와 함께 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