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후보가 8일 후보단일화를 위한 2차 담판에 나섰다. 언론 생중계로 노출된 두 후보의 말은 국민의 운명과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인지 귀를 의심케 했다. "경선기간 22번이나 한덕수와 단일화한다고 하지 않았냐?" 하는 한 후보의 볼멘소리에, "저는 단일화를 늘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한 번도 단일화를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받아치는 유치한 설전이었다.
한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마감일인 11일 전 단일화를 완료하자는 입장이고, 김 후보는 각자 후보등록 하고 1주일 뒤 단일화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 후보는 아무 비용과 대가를 치르지 않고 무임승차를 노리고, 김 후보는 그런 약점을 활용해 시간을 끌면 어차피 떨어져나갈 것이라고 확신하며 술수를 던졌다. 뻔히 속셈이 보이는데 딴청 부리며 대화하는 것은 서로 최소한의 신의도 기대할 수 없음을 드러냈다.
두 후보의 단일화에 목을 매는 국민의힘은 더 가관이다. 친박에서 친윤으로, 전광훈과 한덕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윤상현 의원은 20명 위장탈당으로 제3지대에서 창당한 뒤 한 후보를 영입하여 김 후보와 당대당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얼마나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거리낌 없고, 당원이나 국민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개인적 생각이라고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가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농성까지 하는 것을 보면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어 보인다. 정치라 말하기 부끄러운 난장판이다.
정당은 공동의 이념과 목적 아래 집권, 즉 국민 다수의 통합을 추구하는 정치결사체다. 자신의 갈등도 해결할 수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전날 김 후보는 '전당대회와 전국위원회 개최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고, 급기야 8일 심문기일까지 잡혔다. 법정에서 오간 양측의 주장은 처참할 정도다. 김 후보 측은 '경선이 끝났는데 공천장도 받지 못했고, 후보등록도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와 전국위 소집은 김 후보의 대선후보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측은 '경선 초기부터 한 후보와 단일화한다고 말해서 지지를 받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며칠 전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 선출된 대선후보와 소속 정당이라고 믿기지 않는 주장이다.
이런 사람들이 집권여당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었으니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런 수준의 정치인들이어서 내란우두머리를 비호하기에 급급한 것이다. 집권 3년, 내란 5개월 만에 외교가 무너지고 경제가 바닥을 쳐 서민들이 힘겨워 울부짖는데 이들이 하는 짓이 이렇다. 그래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이제 하나로 모일 수밖에 없다. 집안싸움이야 하든 말든 더 이상 이웃과 국가공동체에 피해를 주지 말고 정치권에서 사라져 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