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JD 밴스 부통령, 피터 맨델슨 주영국대사를 배석한 채 영국과의 무역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2025.05.09. ⓒAP
미국과 영국이 미국의 관세를 일부 완화하는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이뤄진 첫 무역 합의다.
미국은 영국산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철강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다만 영국에 책정한 상호관세 10%는 유지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과 획기적인 무역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을 통해 영국은 미국과 함께 호혜주의와 공정성이 국제 무역의 필수적이고 필수적인 원칙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에 대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확대했다"면서 "특히 농업분야에서 미국산 소고기, 에탄올, 그리고 우리의 훌륭한 농부들이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지난 4월2일 모든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상호관세 대상국과 무역 협정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영국에 상호관세율로 10%를 책정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영국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백악관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그는 이날이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을 선포한 날과 가까운 날이라고 언급하면서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날"이라고 표현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합의에 대해 "영국과의 무역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 접근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영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을 기존 5.1%에서 1.8%로 낮추기로 했다. 반면 미국은 영국에 대한 상호관세 10%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 연간 10만대에 한해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철강·알루미늄 관세 25%에 대해서도 철폐될 것이라고 영국 정부는 밝혔다.
자동차 관세 인하를 10만대로 제한한 데 대해 영국 BBC는 "이는 지난해 수출한 것과 비슷한 규모"라며 "향후 몇 년 동안 성장을 제한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관세 인하와 함께 에탄올, 소고기, 기계류, 농산물에 대한 시장을 개방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는 에탄올 7억달러, 기타 농산물 2억5천만 달러 등 미국 수출업체들에게는 50억달러의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영국은 오늘 오후 100억달러 상당의 보잉비행기를 구매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양국은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합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한 영국의 '디지털세'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은 지난 2020년부터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영국에서 발생한 수입의 2%를 디지털세로 징수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합의가 이뤄진 첫 무역협정이지만, 영국과의 합의가 향후 진행될 다른 나라들과의 통상협상의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 기본관세가 무역협정의 기준이 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며 "낮은 숫자이고, 영국은 좋은 거래를 했다"고 답했다.
이어 "많은, 일부 국가들은 더 높을 것이다. 그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10% 기준은 아마도 가장 낮은 것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영국은 미국이 교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미국은 지난해 영국과 교역에서 119억달러 흑자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