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가 누구냐? 나는 모른다. 알아도 모른다. 지난주 한덕수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난장을 부렸다는데 이건 이미 지나간 일이다. 솔직히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얼마나 멍멍이판이 됐는지도 잘 봤다.
하지만 그 재미는 지난주 토요일로 끝났다. 상대는 김문수로 결정됐고 우리는 이제부터 이 더러운 배신자와 싸워야 한다. 노동운동을 배신하고 역사의 진보를 위해 투신했던 동지들을 빨갱이라 욕하는 이 최악의 괴물이 우리의 상대다.
가장 저열한 배신자
나는 과거 운동 진영에 몸담았다가 출세를 위해 배신한 자들을 혐오한다. 그런데 김문수의 배신은 그런 일반적인 배신과 차원이 다르다. 보통 배신자들은 과거 운동권 시절의 경험을 부정한다. “내가 그때 생각을 잘못했다”거나 “운동권에서 활동해 보니 그들의 실체를 깨달아서 전향했다”는 식으로 자기의 배신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김문수는 다르다.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라. 자신을 소개하는 약력에 ‘前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前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이런 게 적혀 있다. 내가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까지는 참겠는데 아직도 김문수가 전태일 열사를 팔고 다니는 건 도저히 못 참겠다. 전태일 열사가 김문수 같은 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셨겠나?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 토론 때 한동훈이 김문수보고 “전과가 많다”고 비아냥거린 것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런데 김문수는 그때 “내 전과는 민주화운동 하다가 생긴 전과”라고 버버거렸다.
물론 이 말조차 사실이 아니다. 김문수의 전과는 모두 여섯 개인데 그중 하나는 다른 정당 선거 운동원을 폭행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에 난입해 “빨갱이 기생충들을 처부수자”며 난동을 부린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온 국민이 코로나로 고통받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사회적 합의를 어긴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거 다 떠나서 나머지 전과가 민주화운동 하느라 생긴 ‘착한 전과’라고 치더라도 지금 오만 사람을 빨갱이로 몰아대는 김문수가 그걸 자랑스러워하는 건 무슨 사고방식이냐? 보수로 전향해 출세가도를 달렸으면 “내가 그때 잠깐 미쳤었다”고 반성하는 게 정상 아니냐? 그 머리 나쁜 단국대 기생충 교수 서민도 자기가 과거에 잠깐 미쳐서 진보에서 얼쩡거렸다고 후회하더라.
김문수와 전광훈. ⓒ출처 : 화면캡쳐
뭐든 하나만 하라는 이야기다. 진보에 있어봤더니 그 자식들이 전부 빨갱이라 전향했다고 반성을 하던가, 아니면 당시 진보운동 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모는 것은 잘못이니 그러지 말자고 말리던가? 지가 한 건 착한 빨갱이짓이고 남이 한 건 진짜 빨갱이짓이냐? 전향을 했으면 배신자답게 전태일 열사 팔아먹는 짓 따위는 그만 하라는 이야기다.
진짜로 막아야 할 인간
내가 이 인간이 진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과거 노동운동 경력을 팔면서 오만 사람들에게 “너는 빨갱이야!” 스킬을 시전하기 때문이다. 이 인간의 사고 회로에 따르면 국회의원들도 빨갱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빨갱이, 노란봉투법을 지지해도 빨갱이, 수도권 규제를 해도 빨갱이다.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상 공격으로 풀고 자빠졌다는 이야기다.
한덕수나 한동훈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피식 웃고 말겠는데 이 인간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진짜 정신이 번쩍 든다. 모르는 놈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코미디인데 독재정권의 빨갱이 타령으로 얼마나 많은 민주투사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아는 놈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진짜 그로테스크하다.
정리해보자. 김문수는 세상을 빨갱이와 빨갱이가 아닌 자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졌다. 그런데 자기가 한 빨갱이짓은 착한 빨갱이짓이고 남이 한 짓은 진짜 빨갱이짓이다. 이 두 문장을 조합해 정리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김문수는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다.
이제 링에 올라올 상대가 결정됐다. 단언컨대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었던 홍준표, 한동훈, 한덕수, 안철수 등과 비교해 김문수는 최악이다. 나머지 넷은 주변 눈치라도 보지 김문수는 그냥 자기 뇌 회로에서 ‘쟤는 빨갱이야!’라고 결론을 내면 그게 끝이다.
지난주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대선 후보 단일화 난동은 한 마디로 코미디였다. 그래, 인정한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망조가 들었다고 웃고 즐기기에는 상대 선수가 너무 최악이다.
김문수가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해보라.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전직 빨갱이의 빨갱이 사냥이 시작될 것이다. 진짜 마음 단단히 먹고 투쟁할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인간을 딱 한 명 뽑으라면 그건 단언컨대 김문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