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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수괴 윤석열의 지지 선언, 김문수 입장 밝혀야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내란을 벌이다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으로 인해 실시되는 조기대선에서 자당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기에 이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으로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파면을 당한 윤 전 대통령이 11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내란행위가 정당하다는 강변을 반복하고, 야당을 전체주의로 비난하기도 했다. 자신이 일으킨 내란으로 벌써 6개월째 국정이 전례 없는 위기와 혼란을 맞고, 국민이 경제난으로 고통받는데 일말의 죄송함도 부끄러움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12.3 내란 못지않은 정치적 내란이자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정신적 내란이다.

윤 전 대통령이 글을 올린 시점도 경악스럽다. 전날부터 24시간에 걸쳐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내 경선에서 뽑힌 김문수 대신 한덕수를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편법적 행위를 저질렀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 듣도 보도 못한 정치공작적 작태를 보였다. 심야의 기습적 ‘1시간 대선후보 등록 공고’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배후에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가 있다는 점을 국민의힘 안팎은 물론 온 국민이 다 안다. 그러니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같은 유력 경선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윤 전 대통령을 규탄한 것 아닌가. 마치 자신은 공작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모두의 단합을 촉구하는 모습에 역겨움을 느낀다.

더구나 이날은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로 공식 선거운동 개시 하루 전이다. 윤 전 대통령은 어떻게든 이번 선거가 자신을 중심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당 장악력이 약해지지 않아야 대선 패배 이후 당권을 자신의 대리인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이뤄질 자신과 부인의 내란, 불법행위, 부패비리 수사와 조사에 대비해 국민의힘을 자신의 정치적 방탄막으로 쓸 속셈이다. 당이 대선 패배는 물론 붕괴·몰락의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안위만 찾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똑똑히 답해야 한다. 윤석열의 지지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 기회에 절연하고 새로운 진로를 찾을 것인가. 김 후보는 8일 관훈토론회에서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 사과했다. 그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면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윤석열 보유당’은 곧 ‘내란잔당’일 수밖에 없다. 김 후보의 대선 첫 행보는 윤석열 출당·제명이어야 한다. 윤석열 처리 문제는 내란 직후부터 거론됐으나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출당·제명을 회피한다면, 국민의 심판으로 대선 패배는 물론이고 당의 존립이 불가능할 것임을 미리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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