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검찰의 포토라인에 곧 설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이 김 씨를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정하고 첫 대면조사를 위해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이다. 구체적 혐의는 윤 전 대통령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공천 개입을 했는지의 여부다.
우리 국민들은 김 씨의 이 혐의에 대해 굉장히 피로한 편이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이후 단 한 번도 속시원하게 수사가 진척된 걸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가 대통령 부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상황을 교묘하게 뭉개왔고, 검찰은 또 검찰대로 조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며 세월만 보냈다. 이러면서 분통이 터진 건 법 앞에 성역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식적인 국민들이다.
사실 확인을 위한 기본적 접근조차 가로막혀 온 지난 시간이 기가 차다. 하지만 이제는 그 성역을 허물 때도 지났다. 대통령이 파면되어 상황이 달라진 이상 검찰도 더 이상 수사를 지연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증거도 더는 인멸되지 않도록, 또 무혐의의 알리바이를 위해 범죄의 여러 정황이 조작된 건 없는지도 철저히 파헤쳐야 마땅하다.
사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한 가지만 보자. 사건의 배경은 김영선 전 의원의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대한 개입이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에 명태균 씨와 통화하면서 사실상 김 전 의원을 밀어주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말한 후 40분 뒤에 다시 김 씨는 명 씨와 통화를 한다.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으라고 했어요", "권성동하고 윤한홍이 반대하잖아요, 그렇죠?"라고 말이다. 이후 김 전 의원은 실제로 공천이 되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명 씨가 무상으로 제공한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였던 셈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 공식 대면조사를 통보한 만큼 김 씨가 더는 미루지 못하도록 잘 지켜봐야 한다. 김 씨가 또 지연술을 펼치거나 상황을 뭉개려 든다면 지체없이 체포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검찰의 명예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