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중국과 첫 무역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협상을 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던 145% 관세를 80%로 줄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과 무역 정책이 세계 금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트루스아웃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100일은 미국 사회와 문화, 환경에 큰 타격을 입혔다. 경제 역시 심각한 피해를 입어 트럼프 취임 이후 거의 모든 분야가 후퇴하고 있다. 관세 문제에서 오락가락하는 트럼프는 짧은 시간에 미국 기업에 피해를 주고, 달러 가치를 하락시켰으며,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버리게 만들었다. 80년 만에 39%로 최저 취임 100일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당연한 결과다.
아래 인터뷰에서 저명한 진보 정치경제학자 제럴드 엡스틴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미국 경제와 한때 강세를 보였던 달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또한 트럼프가 연방준비제도(연준)를 계속 공격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의 경제 정책이 세계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의 미래를 전망한다. 엡스틴은 매사추세츠 대학 애머스트 캠퍼스 경제학 교수이자 정치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이다. 그의 최신 저서는 『은행가들의 클럽 해체하기: 우리 모두를 위한 금융』이다. 이 인터뷰는 명확성을 위해 일부 편집됐다.
C.J. 폴리크로니우: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상호 관세는 미국 무역 정책에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왔고, 미국과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관세 혼란으로 미국 달러 가치도 급락했다. 관세가 왜 달러를 약화시키는가? 그리고 이것이 일반 미국 소비자에게 악재이자 트럼프를 지지하는 노동자 유권자들에게 타격이 아닌가?
제럴드 엡스틴: 트럼프의 관세는 세계 경제와 미국 기업, 소비자, 노동자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관세 자체의 성격과 더불어 '할까 말까', '아마도' 식의 태도가 만들어낸 극심한 불확실성에 있다. 불확실성과 관련해, 케인스부터 프리드먼까지 다양한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가 번영하려면 불확실성이 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주된 이유는 장기 투자가 경제를 이끌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마르크스 시대부터 우리는 (마르크스가 ‘자본 축적’이라 불렀던) 투자가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용한 투자는 장기적이고 상당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기에,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자본가는 투자를 꺼린다. 그 결과 공장, 설비, 기술 투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승수효과로 경제 전반의 수요와 고용이 감소한다.
관세 구조 자체도 문제다. 여기서 경제 영향과 관련해 최소 두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사실상 금지 수준인 중국에 대한 관세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고율 관세와 결합됐다는 점이다. 이 나라들이 미국 무역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므로, 관세가 이들과 미국 경제에 극도로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자명하다.
둘째, 미국 관세가 최종재와 부품 및 중간재 수입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제조업 생산과 일자리를 국내로 되돌리고 싶다면서 국내 생산 기업이 자동차 같은 최종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오히려 그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합쳐져 미국 기업의 예상 수익을 급락시키고, 미국 노동자의 실업을 위협하며, 기업 투자 계획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기반 기업의 수익 전망은 크게 악화되고 미국에 대한 금융 투자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위험도는 높아졌다. 따라서 미국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감소한다. 이것이 달러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이자 트럼프의 관세와 달러 간 직접적 연관성을 보여준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위기와 혼란의 시기에 '안전한 피난처'로서 미국에 대한 글로벌 자본가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폴리크로니우: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금리 문제로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 싶어했다. 첫째, 트럼프의 무역 정책과 연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둘째, 연준은 왜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는가?
엡스틴: 그 관계는 단순하다. 트럼프의 서툰 관세 전쟁은 연준에 큰 딜레마를 안겨준다. 이 전쟁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압력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관세가 오르면 상품 가격이 올라 일시적으로라도 인플레이션이 심화된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관세 전쟁은 경기침체 위험을 높인다. 이로 인해 연준은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지만 경기침체를 악화시키고, 금리 인하는 경기침체를 완화할 수 있지만 수요를 유지해 인플레이션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연준은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현상 유지를 선택한 것이다.
폴리크로니우: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 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엡스틴: 그들이 채권을 파는 이유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채권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투자자와 경제학자의 주목을 끈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채권 매도는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안전한 피난처'로서 미국 경제와 달러에 대한 신뢰 상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폴리크로니우: 미국 달러가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는 국제 통화 체제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엡스틴: 미국 달러가 당장 기축통화 지위를 완전히 잃을 가능성은 낮은데, 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관성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달러와 연결된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외환보유고, 파생상품 등 금융 거래, 런던 같은 곳에서의 역외 금융 활동(미국 금융기관이 관여하지 않아도 달러로 표시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달러를 완전히 대체할 분명한 대안이 없다. 두 경쟁자는 유럽연합과 중국이다. 그러나 유럽은 통일된 경제·군사 전략이 부족할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분열돼 있다. 또한 트럼프 등장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세력을 확장한 러시아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무법' 국가로 글로벌 자본가 계층의 잠재적 적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달러가 완전히 지위를 잃지 않는다고 해도, 특히 공식 외환보유고나 아시아 내 중국 경제권과 EU 내부 무역에서는 달러 사용이 크게 줄어들 수는 있다.
흥미로운 질문은 이러한 쇠퇴가 미국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경제학자들은 달러의 글로벌 역할이 미국에 '과도한 특권'을 주는지 논쟁한다. 프랑스인들이 경멸적으로 사용하는 이 용어는 달러 덕분에 미국 기관들이 다른 나라보다 더 광범위하고 저렴하게 해외에서 차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는 미국이 '눈물 없는 적자'를 운영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세계적 혼란기에 미국과 달러가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진다는 인식과도 연결된다.
최근 관세 혼란으로 달러가 하락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자, 많은 전문가들은 달러의 안전 피난처 '특권'이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미국의 귀중한 이점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특권이 실존하며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너무 확고해 평가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트럼프와 그의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가 일으킨 혼란의 '자연 실험'을 목격하고 있다.
폴리크로니우: 세계 다른 국가들이 이런 '특권' 상실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엡스틴: 단기적으로 혼란이 발생한다면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나 유럽이 이 틈을 포착한다면, 이익을 얻고 일부 특권을 차지할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국제사회가 IMF의 특별인출권 같은 국제 '통화'를 더 많이 발행하고, 특권을 분산시킬 수 있는 더 글로벌한 통화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런 기관들의 독자적 행보를 막는 한 이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폴리크로니우: 트럼프는 미국을 파리기후협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시켰다. 실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더불어 그가 IMF와 세계은행에서도 미국을 탈퇴시켜 브레튼우즈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이는 꼭 나쁜 소식만은 아닐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엡스틴: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트럼프 정권은 국제기구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면 무력화할 생각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IMF와 세계은행 등은 강력한 기관이기 때문에 트럼프 정권은 먼저 이들을 통제하고 조작해 기후변화 대응 투자 삭감, 여성 경제 지원 프로그램 축소 등 자신의 의제를 추진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을 이 기구들에 남겨두는 유일한 이유는 아마도 중국이 장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뿐일 것이다.
따라서 다른 국가들은 세 가지 선택지에 직면한다. 첫째, 트럼프의 파괴적 요구에 굴복한다, 둘째, 중국과 연대해 기관 통제권을 확보한다, 또는 셋째, 이 기관들을 스스로 통제할 진정한 제3의 길을 개발한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트럼프와 트럼프주의에 저항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