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순간 발가락 사이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발바닥에 무엇인가 박힌 듯한 불쾌감이 반복된다면 ‘지간신경종(趾間神經腫)’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방치하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지간신경종은 주로 발의 3~4번째 발가락 사이 신경이 반복적으로 압박되거나 자극받으며 점차 비후되고, 이에 따라 통증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하이힐이나 발볼이 좁은 신발을 장시간 신는 습관은 발가락 사이의 공간을 좁히고 신경을 압박하여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실제로 여성에게서 더 흔히 나타나며, 발바닥에 이물질이 들어 있는 듯한 느낌, 작열감, 발가락 끝 저림 등의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질환은 단순한 통증을 넘어, 해당 부위를 지나는 말초신경이 눌리며 발가락 끝 감각이 둔해지거나, 전체 발바닥에 걸쳐 저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래 걷거나 불편한 신발을 신은 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초기에는 간헐적이던 증상이 점차 빈도와 강도를 높이며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불편을 주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허리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과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허리 질환을 앓고 계신 분 중에는 발 저림이나 발바닥 통증을 단순히 허리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착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발가락 사이를 눌렀을 때 국소적인 압통이 느껴지거나 찌릿한 방사통이 발생한다면, 지간신경종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다행히 지간신경종은 초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완화됩니다. 굽이 낮고 발볼이 넉넉한 신발로 교체하고, 바닥 충격을 흡수하는 부드러운 깔창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발의 기혈 순환을 도와주는 자가 운동을 병행하면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발가락을 의식적으로 벌렸다가 오므리는 동작은 발가락 사이 근육과 인대를 단련시켜 신경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수건을 발가락으로 집는 ‘수건 줍기 운동’은 발의 소근육을 강화하고 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한의원에서는 침 치료와 약침, 부항, 추나 치료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증상을 개선합니다. 특히 발의 통증이 심한 부위에 대해 초음파 유도 하에 약침을 시술하거나, 지간 부위의 기혈 순환을 도와주는 혈자리를 중심으로 침을 활용하면 국소 염증과 압박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사지 또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자가관리 방법입니다. 골프공이나 지압용 롤러를 발바닥 아래에 두고 부드럽게 굴려주면, 경직된 조직을 이완하고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종아리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발목 관절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며 발바닥에 가해지는 긴장도 함께 완화됩니다. 지압봉이나 볼펜 끝 등으로 발가락 사이를 눌러보아 통증이 느껴지는 지점을 집중적으로 자극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자극이 너무 강할 경우 멍이 생기거나 통증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부드럽게 자극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생활 관리와 자가 운동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과 저림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발바닥의 불편함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지간신경종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와 관리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