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4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검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며 불출석 의견서를 보냈다. 불출석 이유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등 황당하기 그지없다.
검찰 ‘명태균게이트’ 수사팀은 김 여사 측에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특정해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사건을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긴 지난 2월 소환 필요성을 김 여사 측에 전한 뒤 출석 날짜 조율을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김 여사 측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14일로 출석일을 지정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김 여사 측은 13일 불출석 의견서를 내고 대선 이후에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이유로 특정 정당 공천개입 의혹 조사를 하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에서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한 점, 이재명 대선 후보의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된 점 등을 들었다.
자신이 전직 대통령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불출석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힘들진대, 이 무슨 어처구니 없는 태도란 말인가. 대통령이었던 남편이 검찰총장이 직접 나선 ‘특혜’로 구속상태에서 풀려나니, 자신에게도 그런 특혜를 베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인가.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은 버젓이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입장을 내는 마당에 ‘선거 영향 우려’를 거론하는 게 이치에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와 2022년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 등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건진 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간부에게 고가의 목걸이,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어느 것하나 쉬이 넘어갈 수 없는 중대범죄들이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에서 ‘출장 조사’를 통해 무혐의 처분했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남편을 등에 업고 권력을 쥐고 있을 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니, ‘자연인’이 되고 나서도 검찰의 출석요구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더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심지어 ‘피의자 김건희’의 증거인멸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미 소환에 불응하면 강제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만큼 검찰은 김 여사 체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