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북극항로’ 띄운 이재명 “한반도 지정학적 저주 풀 기회”

‘해수부 부산 이전‘ 등 북극항로 거점항구 육성 약속
“러시아 관계 중요” 외교 관계 개선 입장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권기흥 에이치라인해운해상직원노조 위원장과 해양수도 부산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5.14. ⓒ뉴시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민심 잡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북극항로' 공약을 내세웠다. 그동안 한국의 지정학적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킬 기회로 보고, 부산을 미래의 북극항로 거점 항구로 만들기 위해 해양수산부 이전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14일 부산 유세 일정을 마치고 경남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산항발 '북극항로'를 주제로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와 대담을 진행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쪽 북극해를 이용하는 항로다. 이전에는 해빙이 녹는 여름 시기에만 짧은 기간 운항하거나, 큰 비용을 지불하고 러시아 쇄빙선의 안내를 받아야만 운항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늘어나자 기존 항로를 대체할 무역 경로로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 유럽 최대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까지 기존 항로를 따라 운행할 경우, 부산항에서 출발해 인도양을 지나 홍해, 수에즈 운하, 지중해, 북대서양 등 경로를 거쳐야 했다. 반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항에서 북쪽으로 향해 러시아와 미국 알레스카 사이의 베링해협으로 북극해에 진입한 뒤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곧바로 북대서양에 도착할 수 있다.

거리로 보면 기존항로가 2만㎞인데 반해 북극항로는 1만5,000㎞로 크게 줄어든다. 기간으로 보면 기존 항로로는 40일이 걸리지만, 북극항로로는 30일로 단축된다. 물류에 드는 시간과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물류 비용도 감소된다. 이 때문에 현재 북유럽과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에서 북극항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유럽으로 가는 물류 거리가 3분의 2로 줄어든다"면서 "대만해협, 호르무즈해협, 수에즈 운하의 위험성이 있는데, 더 짧고 안전한 대체 항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는 북극항로가 반도와 분단이라는 한국의 지정학적 어려움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태유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을 '지정학적 저주'라고 표현한 것을 인용해 "저주가 풀릴 시기가 딱 오고 있다"면서 "미리 투자·지원하고, 인재 양성도 하고, 인프라도 지금부터 구축해야 5년, 10년 후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북극항로 거점항구를 부산에 구성하는 것으로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당장은 해운 기업이 있지만, 그와 관련 기업들이 있다"면서 "조선, 선박 수리·유지·보수, 관련 서비스, 물류 등 산업이 (부산에) 집적될 수밖에 없다. 그냥 항구 하나가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이 후보는 "지방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서울·경기·인천으로만 몰려서는 희망이 없다"면서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경제가 활성화되면 지방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태유 교수는 북극항로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러시아와 협력하면 (지정학적으로) 나쁜 운명을 좋은 운명으로 바꾸는 기회가 북해항로와 함께 올 것"이라며 "1000년만에 맞는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경제를 반전시킬 모멘텀이 없는데 북극항로 거점항구가 부산에 생기면 경제가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 하나라도 해결하면 저출산 문제가 많이 해결된다고 하는데 부울경에 거점항구가 생겨서 경제 수도 역할을 하면 인구가 반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항(자료사진) ⓒ뉴시스

이재명 "지금부터 나서도 늦어"...해수부 이전 등 지원 약속


이 후보는 지금부터 북극항로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 활성화가) 언제될지도 모르니 그때 가서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며 "현재 여름은 당연히 운항 가능하고, 얼음을 못깨는 시기도 짧아지고, 쇄빙 기술도 좋아졌다. 5년, 10년후에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준비해도 늦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 북극항로 거점 항구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금은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국내에서는 인재 양성을 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도 만들고, 부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쩌면 초기에 대규모 투자 필요할 수 있는데,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공공기관 유치도 약속했다. 김 교수가 "앞으로 해수부가 부산으로 와서 대통령의 진두지휘를 직접 받게 하는 게 공기업 유치보다 중요하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공공기관이 오면 연구기관도 오고, 해양외교 활동이 중요하니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이어 "행정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겠다"며 조속한 실행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외교 관계다. 러시아와 미국 관계를 잘 풀어야 한다"며 "북극항로는 미국도 이해관계가 크다. 경쟁 과정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도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 유세에서도 북극항로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부산진구 서면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이제 북극항로가 열렸다"며 "호르무즈 해협, 대만해협에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 자원 수입은 어떻게 되냐. (위험이) 없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세계는 북극항로에 집중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후보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사전문법원 신설 ▲국내외 해운·물류기업 유치 ▲해양 R&D센터 구축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도 북극항로 부산 거점 항구 구성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전날 부산시의회에서 '북극항로개척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산하에는 '북극항로 개척 추진단', '해양수산부 이전 추진단' 등 공약 이행을 위한 추진단을 구성해 정책 실현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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