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20% 정도 되는 돈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는 ‘지분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나온다. 2억원 정도면 10억원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니 집이 없는 사람들에겐 솔깃할 만하다. 주택 구매 시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 청년층과 무주택자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설계된 상품이지만, 그 진짜 의도가 무엇일지에 대해선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금융당국은 내달 중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분형 모기지와 관련한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분형 모기지는 주택을 매입할 때 공공이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집값 일부를 함께 부담하고 향후 처분 시 차익을 나누는 게 핵심이다. 정확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집값의 40%를 지분 투자하고 나머지 60%를 매수자가 부담하는 식이다. 그리고 매수자가 부담할 금액(60%)은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매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할 금액은 전체 주택가격의 18% 정도까지 줄어든다.
예컨대 한 매수자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지분형 모기지’ 방식으로 매입한다고 하면 먼저 이 중 40%인 4억원을 주금공으로부터 지분투자 받게 된다. 그러면 매수자는 나머지 6억원 중 70%인 4억2천만원을 주담대로 충당하고, 나머지 1억8천원을 현금으로 부담하면 된다. 1억8천만원만 있다면 10억원짜리 집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얼핏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빚내서 집을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수자는 40%(4억원)의 지분을 투자한 주금공에 사용료를 내야 한다. 사용료는 은행 이자보다 낮은 연 2% 수준이다. 이 경우 1년간 800만원(4억원의 2%), 월 67만원 정도다.
당연히 주담대로 충당한 4억2천만원에 대한 은행이자도 내야 한다. 주담대 평균 금리가 연 4~5%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연 2,100만원(월 175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주금공에 내야 하는 사용료를 포함하면 연 2,900만원(약 월 241만원) 정도다.
이런 방식은 기존의 정책자금대출을 공공기관 지분투자 형식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즉 부동산 시장에 풀린 정책자금대출이 집값을 부양했던 기존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집값이 거품이라는데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실제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30평형의 평균 시세는 13.1억원이다. 특히나 강남 3구는 30.9억원에 달한다. 비강남 22개구 평균은 10.7억원이다. 평균임금(4,200만원)을 받는 노동자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강남 아파트를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74년에 달한다. 비강남도 26년이나 걸린다. 소득 대비 집값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다.
당장 주택 시장에 필요한 건 집값 연착륙을 통한 집값 안정이다. 다행히도 오는 7월부터 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가계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가 상향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리가 인상되고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 잔뜩 부풀려진 집값도 점차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분형 모기지’ 꺼내 들었다. 부동산 가격을 자극해 경기를 부양시키거나 소수 부자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지분형 모기지를 말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정말 ‘청년층이 내 집 마련 기회를 얻지 못할까’ 염려하는 것이라면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길 게 아니라 집값을 내려 안정화해야 한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곧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지분형 모기지와 같은 집값부양 정책이 아니라, 개발이익환수제 강화·장기공공주택 공급 확대·분양원가 공개 등과 같은 집값 안정 정책을 시행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