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명돈 PD와 전한길이 제작한 영화 '부정선거, 선의작품인가' 포스터와 영화 출연한 전한길. ⓒ더콘텐츠메이커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부정선거 주장을 담은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인물인 황교안 등이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김문수 대선후보가 “사전투표 폐지”를 주장하는 등 이런 흐름에 거리를 두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가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는 만큼 부정선거 주장의 확산이 대선 불복을 위한 준비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6월 3일 부정선거 확신한다!’는 주장 담은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21일 개봉··· 전한길 제작, 이영돈 감독
오는 21일 부정선거 주장을 담은 다큐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가 개봉한다. 이영돈 PD가 감독을 맡았고, 전한길 씨가 제작을 맡았다. 이 영화는 21·22대 총선, 20대 대선, 2024년 서울 교육감 선거, 2025년 지방 재보궐 선거에서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 결과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근거로 부정선거를 주장한다. 보수후보들이 당일 투표에서는 승리했지만, 사전투표에서 10% 이상 뒤처지며 패배한 사례들이 반복된다며 이번 대선도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 포스터엔 ‘6월 3일 부정선거 확신한다!’는 문구가 커다랗게 박혀 있다. 통계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부정선거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300만표 이상 대승을 거둘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상 300만표면 득표율 10%p 정도의 차이다. 현재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10%p 이상 앞서고 있는 여론조사가 대부분인 상황을 감안하면 300만표 이상 대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지지자 가운데 사전투표 참여 의사 11% 불과 6.3 대선서도 본투표 사전투표 차이두고 부정선거 주장 가능성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의 사전투표 참여 의사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지지자 가운데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45%였다. 반면에 김문수 후보 지지자 가운데 사전투표 참여의사를 밝힌 이들의 비율은 11%에 불과했다.(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이번 대선에서 그대로 나타난다면 사전투표와 본투표 결과를 크게 다르게 나올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부정선거를 주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2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이번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2025.03.22. ⓒ뉴시스
부정선거를 주장한 자유통일당의 구주와 후보와 무소속 황교안 후보가 이번 대선에 직접 후보로 참여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전광훈이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대선후보로 나선 구주와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전투표와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의 원인이라면서 사전투표 폐지와 전면 수개표를 주장했다. 황교안 후보도 “봉인되지 않은 투표함, 수상한 개표 프로그램, 폐쇄된 CCTV, 증거를 묻어버리는 관행 등 부정할 수 없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부정선거는 음모론이 아니라 팩트”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황교안·구주와 후보 부정선거 감시한다며 사람들 모집 투개표 참관인으로 대거 투입 가능성
이들은 부정선거를 감시하겠다면서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황교안 후보는 대통령 선거 감시, 선거무효소송, 부정선거 척결 집회·시위 활동 등에 나설 부정선거방지대 대원 모집에 나섰고, 구주와 후보는 자유통일당을 통해 서포터 모집을 하고 있다. 대선 후보자는 각 투표소와 개표소에 후보당 1명씩 참관인 파견이 가능하다. 이들을 활용해 부정선거를 감시를 명분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참관인 관련 비용(6시간 이상 근무 시 수당 10만 원과 식비)도 선관위에서 지원받는 만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김 후보는 5월 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수락연설을 통해 “사전투표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4월 24일 토론에서 “부정선거가 있다. 우리나라의 선거관리가 부실하다. 특히 사전투표제도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가 김문수 선대위 시민사회특별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김 후보 주변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지난 13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 2025.5.13 ⓒ뉴스1
국힘 내부와 지지자들 사이에 확산되는 부정선거 주장 국힘 지지자 78% 부정선거 주장 동의
국민의힘 내부에도 부정선거 주장의 확산을 돕는일까지 벌여졌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주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의원은 “공정한 선거, 그리고 투명한 선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사전투표 제도와 또 전산의 발달로 부정선거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 제작자인 전한길 씨는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김용빈 사무총장에게 이번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나오면 4.19 이후 내무부장관 최인규가 사형됐듯이 “반드시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는 섬뜩한 경고를 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우려스럽다. 조선일보가 지난 1월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한다는 비율이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78%에 이르렀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88%를 차지했고, 공감한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다른 정당 지지자들도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60~90%에 이르렀는데, 유독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만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것이다. 김문수 후보 지지자 가운데 사전투표 참여의사를 밝힌 이들의 비율은 11%에 불과한 것도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힘지지자들 가운데 다수가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고 있고,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도 국민의힘 지지표가 확연히 적게 나올 것이 확실한 가운데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주장 확산에 올인하는 상황은 대선 이후 정국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총선 결과에 불복해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것처럼 대선 불복을 통해 극우세력이 심각한 사회혼란을 야기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