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6개 교원단체가 30일 제주도교육청 주차장에서 학생 가족의 민원으로 숨진 제주지역 모 중학교 A 교사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뉴스1
또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떠났다. 제주 모 중학교 선생님은 학생을 진심으로 대하던 열정적인 교사였지만, 그는 끝내 감당할 수 없는 민원의 무게에 홀로 맞서다 삶을 마감했다. 교사의 헌신이 비극으로 끝나는 이 구조, 우리는 몇 번이나 보아왔는가. 그리고 그때마다 무엇을 바꾸었는가.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는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교육청은 ‘민원 대응팀’을 조직했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교사의 죽음은 반복됐다. 그 끝에는 늘 똑같은 구조가 있다. 책임지지 않는 교육행정, 방관하는 관리자, 홀로 감당해야 하는 교사.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빠르게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것이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돌아보지 않는다.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고, 전담인력은 형식적 배치에 그쳤으며, 실질적인 민원 대응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교육당국은 ‘종합대책’을 냈다는 사실만을 자랑할 뿐, 그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는지에 대한 검증이나 책임은 회피했다. 그 결과, 교사는 여전히 민원의 최전선에 홀로 서 있다.
내가 교사로서 근무하고 있는 충북에도 수많은 선생님들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생활지도 중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 학부모로부터 폭언과 협박을 듣는 일이 빈번하다. 반복된 고소·고발에 시달리며 교실에 서는 것조차 버거운 선생님들도 있다. 한 선생님은 학부모에게 심한 욕설을 들었음에도 학교로부터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고, 결국 전교조 충북지부가 개입하고 나서야 비로소 보호 조치가 뒤따랐다.
이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민원에 시달려도 방어할 수단이 없고, 교사를 보호할 책임자도 없다. ‘특이민원’이 두려워, 교육활동 침해를 당해도 교권보호위원회조차 열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학교가 민원의 파장을 걱정하고, 관리자와 교육청은 문제를 축소·무마하는 데만 급급한 결과, 교사는 더욱 고립된다.
결국, 연이은 교사 사망 사건의 범인은 이러한 구조를 방치한 교육당국이다. 교사가 죽고 나서야 ‘유감’과 ‘재발 방지’만 반복하는 교육당국은 더 이상 책임을 면피할 수 없다. 교육이 가능한 교실, 교사가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겠다면 이제는 실질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 개인에게 민원 대응의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6개 교원단체가 30일 제주도교육청 주차장에서 학생 가족의 민원으로 숨진 제주지역 모 중학교 A 교사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학생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 관리자가 제대로 책임질 수 있도록 권한과 의무를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악성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교사를 우선 보호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배치해야 한다. 악성 민원의 원인이 되어왔던 아동복지법 개정도 시급하다. 정서적 학대라는 이름 아래 교육활동이 범죄로 취급되는 현실은, 교사의 손발을 묶고 교육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악의적인 민원 남용을 억제할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이제 더 이상 교사의 죽음을 방치하지 말고,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라. 교육활동을 온전히 책임지는 행정,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체계,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갖춘 학교.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할 학교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