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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지금 이 순간, 다시 12.3 내란을 기억하자

우리는 많은 것을 잊는다. 머리가 나빠서, 기억력이 감퇴해서 잊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잊는다. 그것이 인류의 숙명이다.

뇌의 용량은 누구나 한정돼 있다. 그래서 뇌는 한정된 용량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한다. 모든 기억을 하드디스크처럼 저장하고 있으면 용량이 다 차버린다. 그래서 뇌는 새로운 기억이 들어올 때 그에 상응하는 양의 정보를 제거하려 한다. 우리가 많은 것을 잊는 이유다.

그렇다면 뇌는 기존의 기억 중 어떤 것을 먼저 지우려 할까? 이 대목이 중요하다. 뇌는 아픈 기억, 나쁜 기억, 슬픈 기억부터 지운다. 그래야 생존과 번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어떤 부족이 사냥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동료를 잃었다. 그런데 그 슬픔을 너무 오래 갖고 있으면 그 부족은 다시는 사냥에 나서지 못한다. 그러면 그 부족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쁜 기억들을 어느 정도나 기억하지 못할까? 많은 심리학자들이 2001년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가 발생하자 즉각 거리로 달려나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테러 당시 어디에 있었고, 어떤 장면을 봤고, 어떤 심경이었는지 물었다.

그런데 딱 1년이 지난 뒤 그들을 다시 인터뷰해보면 사람들은 불과 1년 전 기억을 잊는다. 2001년 브루클린 집에 있어 테러 장면을 직접 보지 못했다던 실험 참가자는 1년 뒤 자신이 거리에서 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 강조한다. 1년 전 집에 있었다던 참가자는 1년 뒤 자신이 도서관에 있었다고 말을 바꾼다.

그러나 이들 모두 1년 전 테러의 기억이 정확하냐고 물으면 “당연히 정확하지. 그걸 어떻게 1년 만에 잊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험 결과 이들의 기억 정확도는 고작 1년 만에 61%까지 떨어졌다.

나쁜 기억을 어떻게든 빨리 지우려는 뇌의 노력은 이 정도 위력을 갖는다. 책 ‘설계된 망각’의 저자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Tali Sharot) 칼리지런던 대학교 교수가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망각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나는 그래서 아직도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고, 아직도 해마다 5월이면 광주 국립민주묘지를 찾는 수많은 민중들을 보며 뜨거운 존경심을 보낸다. 그렇게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일은 잊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도 어느 정도는 잊힌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나쁜 기억을 삭제하지 않으려 발버둥쳐야 한다. 광주도, 세월호도 우리 기억에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기억들이다. 내 뇌가 좀 편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걸 잊으면 우리는 그 처참한 일을 다시 반복해서 겪어야 한다.

12.3 내란이 벌어진 지 반년이 지났다. 윤석열은 탄핵됐고 우리는 내일(3일) 새 대통령을 맞이한다.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기에 나에게는 투표일까지 아직 하루라는 시간이 남았다. 마지막 남은 이 하루를 어떻게 써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4일 자정 계엄군 병력이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보좌진과 의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2024.12.3 ⓒ뉴스1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12.3 내란 당일을 기억하며 오늘을 보낼 것이다. 45년 만에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 수괴 윤석열을 향한 불타는 적개심을 하나하나 회고할 것이다. 그날의 분노뿐 아니라 그날의 두려움도 다 기억해낼 것이다.

투표소에 들어가는 모든 분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도장을 찍기 전 꼭 한번 기억을 되살려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내일 내란 수괴 윤석열을 심판해야 한다. 잊지 않겠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결코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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