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5.06.04 ⓒ민중의소리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 탄압’으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와 뚜렷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임기 첫날인 4일 대통령 취임 선서 후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는 이 대통령의 “노동 존중”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는 일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예상되는 노동정책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추진과 교원 및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꼽힌다. 두 과제 모두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법의 한계로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되찾아 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조법 개정은 하청노동자 등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2조)과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3조)이 핵심이다. 그동안 원청은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고,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들이 교섭에 나서면서 갈등이 장기화되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극한의 투쟁까지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노조법이 개정된다면 ‘진짜 사장’들이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조금이나마 끊어낼 수 있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노동 공약을 발표하며 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달 1일 노동절에는 “노동권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며 “노조법 제2조, 제3조를 개정해 교섭권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인한 고통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도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하청노동자 등의 교섭권 보장”을 담아냈으며, 경제 분야를 주제로 한 대선 후보 첫 TV토론회에서도 “대법원과 국제노동기구(ILO)가 다 인정하는 것이어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재확인한 바 있다. 대선 직전에 발표한 정책공약집에도 “교섭권 보장·중간착취 방지를 위해 ‘진짜 사장’이 책임지는 고용조건 및 환경 조성”을 목표로 노조법 개정을 못 박았다.
노조법 개정은 20대, 21대 국회를 연이어 통과하면서 법안을 둘러싼 진전된 논의가 이뤄졌으며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돼 있는 의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개정안까지 마련돼 있어, 의지만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처리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을 지내고, 차기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거론되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노조법 개정안을 바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 ⓒ민주당
공무원과 교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정 역시 관심을 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공직선거법, 교원노조법 등은 교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정당 가입과 정당 활동,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 교원과 공무원들은 정부 정책을 평가하거나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거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 역시 정치적 표현 행위로 간주해 수사 대상에도 오르는 현실이다. OECD 국가 중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완전히 제약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국제노동기구(ILO)와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는 현행법 조항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게 근무시간 외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은 가능하도록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도 직무와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해선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스승의날인 지난달 1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교육 공약을 발표하면서 “근무시간 외에는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회복하겠다”며 “선생님도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존중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공약집을 통해서도 “공무원·교원 노동기본권 보장 및 업무시간 외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노동 공약으로는 ▲자영업자, 특수고용 및 플랫폼노동자 등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일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 ▲근로기준법 상시 5인 미만 사업장 단계적 적용 확대 ▲초기업 단위 교섭 활성화 및 단체협약 효력 확장 추진 ▲주 4.5일제 추진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전 국민 산재보험제도’ 단계적 추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