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노래 몇 곡

노래보다 아름답고 영화보다 감동적인 정치와 행정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2025.06.04 ⓒ민중의소리

지금 이재명 대통령 당신은 정신이 하나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어제 대통령 선거를 마치고 새벽에 당선이 확정된 이후 아침 6시 21분부터 임기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자행한 12월 3일부터 대한민국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시민들은 한겨울 내내 거리에서 싸워야 했다. 당신도 틈틈이 거리에서 함께 했고, 헌법재판소의 평결 이후에는 숨 가쁜 대선 일정을 소화했다. 당선이 확실해 보였어도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그러니 이 모든 과정을 헤치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당신에게 축하부터 보내고 싶다.

지금 세상의 모든 눈과 귀가 당신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 당선의 기쁨은 잠시뿐이다. 당신의 어깨 위에는 너무 많은 짐이 놓여 있다. 인수위를 꾸려 차근차근 준비하지도 못한 채 내란을 청산해야 한다. 죽어가는 한국을 부활시켜야 한다. 한국은 인구가 줄고 지역이 소멸하는 중이다. 높은 자살율과 산업재해현황은 숨이 막힌다. 마이너스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예측이 이어지는데, 복지는 허술하다. 높은 사교육비, 성별 임금 격차를 비롯해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존재까지 감안하면 어지간해서는 대통령 하고 싶지 않은 시절 아닌가. 국회 다수 의석이 뒤를 받치고 있다지만 김문수 후보가 얻은 표 숫자와 국민의힘이 보여준 행태를 생각하면 더더욱 맘 편히 내일을 낙관하기 어렵다. 하필 이럴 때 대통령이 된 당신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당신은 당분간 음악을 들어볼 여유조차 없이 일에 몰두하지 않을까. 취임 100일 안에 새 정부의 틀을 잡고 국정과제를 빠르게 수행해야 할 테니까 음악은 고사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다 밥도 맘 편히 못 먹을 수 있다. 이럴 때 음악 이야기를 꺼내면 한가하게 느껴질 거다. 그럼에도 날마다 잠시라도 자신을 살피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시간 동안 몇 곡의 음악이 당신을 살피고 지켜주기를 바란다. 음악은 모두를 살피고 지키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챙기고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건 시민이건 마찬가지다.

앞으로 5년 동안 가끔 ‘다시 만난 세계’를 들으면 어떨까. 당신은 이 노래를 알고 있으려나. 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으려나. 지난 겨울 광장에서 수없이 불렀던 노래다. 처음에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였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존엄을 빼앗기고 상식을 짓밟힌 이들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다. 어느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잇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민중가요가 되어 버렸다. 이 노래에는 온전한 삶을 꿈꾸는 여성, 성소수자, 청년, 노동자, 농, 빈민의 간절한 마음이 배어 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고, 바라봐야 할 사람 역시 너무 많지만 가끔 이 노래를 들으며 광장에서야 비로소 존재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냈던 이들의 존재를 떠올려주길 부탁하고 싶다. 이들을 국민이라는 이름 아래 생략해버리지 않는 세심한 대통령이 되기를. 이들 중 상당수는 당신에게 표를 던졌으니 더더욱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기를.

김민기 '봉우리'

가끔 김민기의 ‘봉우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도 좋지 않을까. 맞다. ‘아침이슬’을 만든 바로 그 김민기의 곡이다. 언젠가부터 대통령을 꿈꿔왔을 당신은 이 노래를 들으며 어떤 상념에 젖으려나. 이제 ‘봉우리’에 올라왔고, 더 오를 봉우리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민기는 그렇게 봉우리에 오른 이들에게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를 가리킨다. 봉우리는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며 바다를 가리키는 목소리는 묵직하다. 세상은 대통령과 정부, 권력과 정치인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대, 계급, 몸, 성적지향, 지역,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바다처럼 넓고 깊다. 삶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청와대에 머무는 동안 이 노래를 곁에 두고 이따금 인왕산을 바라보며 권력에 취하거나 지나치게 고독해지지 않기를. 걸어온 시간과 걸어갈 시간을 차분히 살피는 사람이기를. 봉우리보다 바다를 자주 생각하는 사려 깊은 대통령이기를 응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1964년생인 당신은 조용필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소싯적에는 노래방에서 조용필의 노래를 열창하곤 하지 않았을까. 조용필은 그야말로 국민가수였으니 말이다. 부러 조용필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제는 대통령이 누군가와 사진을 찍기 위해 공연장을 찾기보다는 그냥 노래가 좋아서 공연장을 찾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언젠가는 공연장 한 켠에서 조용히 공연을 보고 가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조용필 전국 투어여도 좋고, 송골매나 최백호의 공연이어도 멋지겠다. 이따금 공연장을 찾고 예술을 즐기는 대통령이야 말로 케이팝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나라의 대통령답지 않겠나. 예술성보다 경제 가치를 더 따지는 시대라 해도 열렬한 마음으로 작품을 사랑하는 모습이 예술강국의 토대다. 5년 뒤 예술을 아끼고 예술가를 존중한 대통령, 노래보다 아름답고 영화보다 감동적인 정치와 행정을 펼친 대통령으로 당신을 기억할 수 있기를.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