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리뷰]‘외환위기’ 폭풍 속에서 버텨낸 아버지의 얼굴, 영화 ‘소주전쟁’

진로 그룹과 골드만삭스의 실제 매각 협상 모티브...유해진과 이제훈 열연

영화 '소주전쟁'에서 표종록을 연기한 배우 유해진의 모습 ⓒ스틸컷 이미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떠올렸을 때,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가 기억하는 장면들이 있다. 금 모으기 운동, 국내 대표 회사들의 위기 등이 그것이다. 좀 더 깊숙이 가정 속으로 들어가 보면, 퇴근 길 아버지 손에 들려 있던 과자와 과일들이 어느 순간 뚝 끊겨 버렸던 기억도 있다.

IMF를 겪은 어린이들은 어른이 됐고, 젊었던 어른들은 정년에 이르렀거나 퇴직을 했다. 젊은 세대와 어른 세대 사이엔 비슷하지만 다른 기억으로 공존하는 부도 위기 역사가 있다. 경제 위기의 쓴맛을 소주로 대신 삼키며 고단한 마음을 달랬던 아버지들과 그 아버지들이 이해되지 않았던 자식들의 간극을 영화 '소주전쟁'은 담아내고 있다.

'소주전쟁'은 대한민국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 소주였던 '두꺼비' 진로와 골드만삭스 간의 매각 협상이 그것이다.

영화 속에는 대한민국 대표 소주인 '국보'를 잡아먹으려고 안달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글로벌 투자회사 솔퀸, 솔퀸의 직원 최인범(이제훈), 인범의 상사인 고든(바이런 만), 변호사 구영모(최영준) 등이다. 국보 회장인 석진우(손현주)도 회사 살리는데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이들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국보에 평생을 바친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이다.

영화 '소주전쟁' ⓒ영화 '소주전쟁' 스틸컷

표종록을 연기한 배우 유해진은 쓸쓸하고 묵묵하게 제자리를 지키려 노력한 그 시절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준다. 인생의 고단함도 술 한잔으로 넘기고, 회사의 위기도 술 한 잔으로 삼키는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영화는 매일 술 한잔으로 엄마들에게 미운 딱지를 붙이게 된 아버지들의 모습을 특별한 포장 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술 한잔에 울고 웃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짧고 경쾌한 호흡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반대로 소주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선 제대로 즐길 줄 몰랐던 그 시절 아버지의 안쓰러운 어수룩함도 비춘다. 표종록의 얼굴은 폭풍 속에서 버텨내려 했던 90년대 아버지들의 자화상이다.

반면 최인범, 석진우 회장, 고든, 변호사 등이 치열하게 내부시장을 파고드는 모습은 먹고 먹히는 당대 자본주의 시장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영화는 당시 경제 구조를 인물로서 상징화해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요동치는 경제 상황과 그 상황 아래에서 각자 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그것 만이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가치관이 중요한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대표적으로 표종록과 최인범을 통해서다.

표종록은 자신의 삶을 모두 건 회사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회사는 자신의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표종록에게 최인범은 "당신의 가치를 회사 말고 스스로에게서 찾으세요"라고 말한다. 인범의 생각은 그 시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식들의 생각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이렇게 소주를 사이에 두고 점점 깊어지는 두 사람 사이에서 대립된 가치관들이 조금씩 희석되어 간다. 그 쓴 맛과 단 맛 사이에서 관객들도 생각할 거리를 찾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케미스트리가 영화에 활기를 더한다. 무엇보다 그 시절 아버지 모습을 많이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는 지난 30일 개봉했다. 유해진, 이제훈, 손현주, 최영준 배우가 출연했다. 

영화 '소주전쟁'에서 최인범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의 모습 ⓒ스틸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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