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줄었다. 4,046억 달러로 전월 대비 7천만 달러 감소했다. 2020년 4월 이후 약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원인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감소를 지목했다. 예치금이 35억5천만 달러나 줄었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에 따라 외화 자산 포지션을 축소했기 때문이며,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시장에 특별한 이상 신호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심리적 저지선이라 불리는 4천억 달러에 턱걸이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다행히 외환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24년 말 1,400원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5일 종가 기준 환율은 1,358.84원으로 하락 마감했다. 최근 들어 원화 강세 기조가 점차 자리 잡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달러 약세가 ‘착시 현상 아니냐’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달러 약세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이라는 시선이다.
애초 트럼프 정부의 ‘폭력적 달러 절하’는 철회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략적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난 4월,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달러 강세가 글로벌 균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달러 인덱스는 꾸준히 하락했다. 추세적 달러 약세는 한국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지난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에는 좋을 게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였다. 민간 소비의 위축에 따른 내수 부진, 기업 투자 위축, 특히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감소 등 최근 고질적 문제는 한국 경제를 다시 뒷걸음질 치게 했다. 실질 GDP 성장률 기준으로 주요 19개국 중 최하위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4천억 달러를 하회할 경우, 부실해진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할 수 있다. 뜻밖의 외부 충격이나 금융시장에서의 일시적 유동성 부족, 단기 자금시장 경색 같은 소규모 이상 신호도 금융 불안정과 환율 급등이라는 복합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보유액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 신뢰를 대변하는 지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이 많다. 특히 최근 출범한 비상경제TF는 민생과 함께 거시적 리스크도 꼼꼼하게 점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