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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무덤 같았던 대통령실” 이 유치뽕짝을 단호히 응징해야 하는 이유

내가 이 칼럼에서 가끔 하는 말인데 나는 협동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지 모든 사람과 협동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협동은 매우 섬세한 과제다. 따라서 그 협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매우 섬세한 과정들이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협동의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은 과감히 공동체에서 배제해야 한다. 협동을 깨는 사람들을 용인해주면 협동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내가 대선이 끝나고 가장 황당하게 생각했던 뉴스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첫날 브리핑 자리에서 “용산을 처음 왔는데 무덤 같다. 아무것도 없다. 필기구를 제공하는 직원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한 대목이었다.

선거 때 치고받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미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무슨 유치뽕짝한 작태란 말인가? 인터넷도 끊고, 프린터 연결도 끊고, 필기도구도 없앴다는 건데, 그러면서 그 짓을 한 자들은 “이 XX들이 얼마나 약이 오를까? 아이 신나!” 뭐 이랬다는 이야기인가?

사람에게는 모든 시간이 똑같은 비중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처럼 대통령실에서 술 처마시느라 바빴던 인간에게 한 시간은 그냥 니나노 하는 한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대통령의 한 시간은 5,200만 민중을 대리하는 한 시간이다. 시간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뉴시스

내가 동의하지는 않는 이야기인데 오죽했으면 경제학에서는 이런 이야기까지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길을 가다가 100달러짜리 지폐를 발견했다. 이걸 주울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 상식으로는 당연히 주워야 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이를 반대한다. 왜냐하면 빌 게이츠의 소득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2017년 분석한 것을 보니 빌 게이츠는 이 해에 하루 100억 씩 벌었다더라.

하루를 초로 계산하면 8만 6,400초다. 100억 원을 8만 6,400초로 나누면 빌 게이츠는 초당 약 11만 원을 번다. 100달러 지폐를 발견하고, 저게 100달러 지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래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지폐를 줍고, 지갑에 넣는 데까지 아무리 짧게 잡아도 최소 5초는 걸린다. 5초면 게이츠가 55만 원 넘게 버는 시간인데 그 시간을 고작 13만 원(100달러) 줍는 데 썼으니 손해라는 이야기다.

물론 나는 이런 헛소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극단적으로 계산하면 저렇게도 생각이 가능하다. 그만큼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의 1초는 다른 사람의 1초와 다르다.

그래서 지도자의 시간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이 이끌던 대통령실은 신임 대통령의 소중한 시간을 인터넷과 프린터 연결하고 필기도구 찾는 데 허비하도록 만들었다. 지들은 저런 유치뽕짝한 행동을 하면서 “고소하다!”고 낄낄댔을지 모르겠는데 그 비열한 행위 때문에 최소한 대통령실의 1시간, 달리 계산하면 민중들의 5,200만 시간이 날아갔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당연히 용서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윤석열이 빠져나간 뒤 새 대통령을 맞이하기 직전 대통령실을 무덤으로 만든 실무자들도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이건 공화국의 상식 문제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서 기분이 나빠도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있는 법이다.

사소하다고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저런 지시를 한 공무원을 색출해 응분의 징계를 내리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협동의 사회를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협동을 파괴하는 이들에게 단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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