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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불감시원의 안타까운 죽음과 지연된 애도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 선서에서 '세월호·이태원·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지 않는 안전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사회적 참사의 과제 해결에 소홀했던 모습과는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노골적으로 덮거나 특히 채수근 상병 사건에서는 측근을 구제하기 위해 수사책임자인 박정훈 대령을 아예 희생양으로 둔갑시키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약속은 안전과 진실을 외면한 과거 행태에 철퇴를 내리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진상규명이 되지 않아 피눈물을 삼켜온 근래의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은 이 대통령의 약속에 대해 크게 환영했다. 사회적 안전을 위한 노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국회에 상정되었지만 오랫동안 계류되어 온 생명안전기본법의 제정도 이로써 희망을 갖게 됐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이러한 천명이 당장 영향을 미쳐야 할 사건이 있다. 바로 지난 경북산불 진화과정에서 발생한 산불감시원의 안타까운 죽음이다. 영덕군청 영해면사무소 소속으로 14년 동안 일해 온 산불감시원 신 모 씨가 주인공이다. 신 씨는 지난 3월 25일 의성군 지역의 산불진화 작업에 투입됐다가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취재에 따르면 그의 죽음에는 두 가지 의혹이 남아 있다. 이미 불길이 수습할 수 없도록 번져 철수 명령을 내려야 할 영덕군이 너무 늦게 이를 하달한 것과 대피가 아닌 각자 해산을 명령한 것이 신 씨 죽음의 배경이 아니냐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되는 것은 죽음 이후의 애도와 예우 문제다. 영덕군청은 신 씨의 사망 이후 인근 군과는 달리 합동분향소를 마련해주지 않았다. 사건 초기에 최대의 예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나 유족에 따르면 이마저도 별달리 진행된 게 없다. 장례비 지원 역시 최근 셜록의 보도가 나간 이후에야 이뤄졌다고 한다.

남은 과제는 또 있다. 신 씨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해 공무수행사망자로 예우 받게 하는 것이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가 공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 공무원과 동일하게 순직 인정 및 예우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에 따르면 된다.

최근 영덕군이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에 나설 태도를 보이고 있다지만 언론의 적극적인 취재와 공론화가 아니었다면 묻혀버릴 사안이었다. 이제 경북산불은 자연재해의 성격을 넘어 엄청난 인명 피해와 과제를 남긴 사회적 재난이 되었다. 산불 피해자와 이를 돕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제2, 3의 피해에 대해 행정당국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도 비슷한 재난이 일어날 개연성은 커 보인다. 안전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 사안을 변방의 문제로 보지 말고 잘 살펴주기를 당부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영덕군청도 신 씨에 대한 애도와 예우에 최선의 대응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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