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정훈의 학교 밖 세상]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재명 정부의 교육 정책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 영역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6.04. ⓒ뉴시스

대선이 끝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새 정부에 바란다’나 ‘새 정부에 거는 기대’ 같은 제목의 교육 칼럼을 쓰게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대선 기간에 발표된 교육 공약과 최근 민주당의 움직임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개혁적인 교육 정책에 많은 혼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1대 대선은 내란을 종식하기 위해 정권을 교체하자는 이재명 후보와 내란을 옹호하며 정권을 연장하자는 김문수 후보의 대결이었습니다. 정권 교체냐 정권 연장이냐에 파묻혀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정책 토론은 실종되었고,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세 차례에 걸친 후보자 토론회에서 교육 분야는 아예 주제에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독자들도 이번 대선에서 논의된 교육 정책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기억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교육 분야의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16일 민주당은 교육 분야에서 8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8대 교육 공약 ⓒ이재명 선대위

저는 8대 공약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외고·자사고 폐지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지난달 30일 민주당의 ‘미래교육자치위원회’가 중앙선대위에 제출한 정책 제안서에는 외고·자사고 폐지가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주 12일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이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외고·자사고 폐지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 중 가장 개혁적 정책은 외고·자사고 폐지였습니다. 초등학생까지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만든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60%가 넘었습니다. 돈이 드는 정책도 아니고, 시행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외고·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이 아니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으로 설립된 학교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정부가 마음먹으면 국무회의 의결로 폐지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3년이 지난 2020년에야 외고·자사고와 국제고까지 폐지를 의결했는데, 폐지 시기를 자신의 임기가 끝나고 3년이 지난 2025년으로 못 박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외고·자사고 폐지를 없던 일로 해버렸습니다. 만약 3년 전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면 올해 3월 외고·자사고는 사라졌을 것입니다.

아쉽지만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치고, 문재인 정부에서 못 이룬 외고·자사고 폐지를 이재명 정부에서 확실히 추진해야 할 텐데, 대선 기간에 발표된 8대 공약을 보면 저울질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외고·자사고 폐지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책이고, 중도 보수를 선언한 이재명 정부가 보수 세력과 갈등을 우려하여 갈팡질팡하는 게 아닌지 의심됩니다.

현재 전국에 과학고·영재고 28개, 외고 31개, 자사고 64개, 국제고 8개, 총 131개의 학교가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입학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로는 5%에 불과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입학생의 40%가 과학고·영재고·외고·국제고·자사고 출신입니다. 과학고·영재고는 대부분 공립학교지만, 외고는 절반 이상이 사립이며, 사립인 외고와 자사고의 1년 등록금은 평균 1천만 원 가깝습니다.

고교평준화가 유지되던 시절에 입시 경쟁은 고등학생들의 문제였습니다. 1990년대에 과학고와 외고가 확대되고, 2000년대 들어서 영재고, 자사고, 국제고까지 만들어지면서 고등학교 입시가 부활했고, 중학생뿐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까지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지금은 7세 고시, 4세 고시까지 등장해서 가히 교육 망국이라 할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을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맡았을 때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일궈낸 진보 교육감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상곤 장관은 수능 절대평가를 정책 우선 과제로 놓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다가 개혁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경질되고 말았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고 임기 초반 개혁의 열기가 높을 때 교육개혁의 과제를 명확히 설정하기 바랍니다.

이제 조만간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인선이 있겠지요. 한 달 후쯤이면 교육개혁 우선 과제도 나올 것입니다. 그때 다시 구체화 되는 이재명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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