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한국옵티칼지회 노동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십수 년간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사안을 다루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다국적기업은 본질적으로 착취를 통한 이윤추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국가를 선택해 사업을 벌이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떠난다. 땅과 기계처럼 팔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처분하고, 팔 수 없는 노동자는 버린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이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국자본에 대한 과도한 환대와 ‘투자유치’라는 명분은 그들의 무책임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의 사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국내에 공장을 세운 이 기업은,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자 지역사회와 노동자를 뒤로 한 채 물량을 돌려버렸다. 그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삶의 터전을 일궈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버려졌다. 문제는, 이를 막을 법도, 책임을 묻는 제도도 미비하다는 데 있다. 오히려 한국의 법과 제도는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 정당한 항의와 농성에 나선 노동조합은 손해배상을 당하고, 항의를 하는 노동자들은 형사처벌의 위협을 받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 사안을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의 먹고 튀는 방식의 운영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권리와 생존, 아울러 지역사회의 피해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구조적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국회 청문회 개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옵티칼의 경영진에게 직접 묻고, 그 대답을 국민이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다국적기업이 저지르는 구조적 인권침해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낼 수 있다.
옵티칼 희망버스 기획단과 금속노조가 지난 4월 2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희망버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금속노조
옵티칼의 부당한 해고에 맞서 한 노동자가 500일이 넘게 공장 옥상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대화에 나서지 않고, 면담 요청조차 거부한다. 대화의 문은 걸어 잠그면서도 오히려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을 두 배로 늘려 억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회피하고 침묵하는 경영진을 국회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 국민 앞에서 묻고, 대답하게 해야 한다. 왜 수백억 원의 이윤을 올리고 백여 명의 노동자는 신규로 채용하면서도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를 버릴 수 있는지, 왜 어떤 법적·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는지를 국회를 통해 국민이 직접 묻고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