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최저임금 노동자 실태조사 및 증언대회를 열었다. ⓒ민중의소리
새 정부 첫 최저임금 논의를 하루 앞두고, 서비스노동자 10명 중 9명의 월 소득이 250만원 미만이며, 절반가량은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9일 발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최저임금 노동자 실태조사 및 증언대회’를 열고 이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서비스연맹에는 학교 비정규직, 마트 등 유통산업, 콜센터, 돌봄, 배달 노동자 등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데,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4~30일 서비스연맹 조합원 1,55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개인의 월 평균 소득(세후)을 묻는 질문에는 2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 48.5%(753명)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200~250만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0.6%(629명)였다. 조사에 참여한 서비스노동자 89.1%가 월 소득 250만원 미만인 것이다. 더욱이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26.4%(719명)는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이었다.
가족 전체의 월평균 소득(세후)은 각 구간마다 고루 분포돼 있지만, 200~300만원이라는 응답이 19.5%(302명)로 가장 많았고, 400~500만원이라는 응답이 18.2%(283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응답자 절반이 넘는 51.6%(800명)는 200~500만원 사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홀로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거나, 또는 가족 중 소득활동을 하는 노동자 모두 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임금 수준으로 주거 마련이나 자녀 교육, 노후 등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응답(아니다+전혀 아니다)이 87.9%를 차지했다.
이처럼 서비스노동자 대다수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 배경은 경력이나 숙련도 등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고,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들의 경우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한 현실에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매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2000년 이후 실질임금 인상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유일한 정권이었다. 이 가운데 업종별 차등 적용 시도까지 이어지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논의되는 시기마다 불안에 떨어야 했다. 반면, 최저임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고·플랫폼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 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최저임금 논의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10일에는 새 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데, 특고·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최저임금 인상 및 적용확대 등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요양보호사인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소속 노창옥 씨는 “최저임금 차등 논의 좀 제발 멈추었으면 한다”며 “요양보호사들이 부족하다면서 차등적용 업종으로 거론되는 현실에 화가 난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고민이 많은데, 차등적용은 요양보호사들에게 일을 관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배달노동자인 배달플랫폼노조 김영덕 인천지부장도 “낮에 콜이 없으면 1시간에 8천원 정도 벌고, 피크 시간인 저녁에는 1시간에 대략 1만 2천원 정도를 벌고 있다. 여기에 기름값이나 식사비, 보험료가 다 빠져나가면 현실적으로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하루에 10시간 이상 주6일 일을 해야 기본적인 소득을 얻는다. ‘워라밸’을 떠나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배달만 하니까 배달 기계인가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저희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노동자인데 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건 구조적으로 우리를 버려두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은 선택이 아닌 누구나 최소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중 기본이다. 도로 위에서 일하는 라이더도 시민이고 노동자”라고 힘줘 말했다.
서비스연맹 정민정 사무처장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금, 최저임금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21대 대통령의 노동 정책을 평가할 잣대가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차별없는 적용, 특고·플랫폼노동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우리가 다시 만들 세상의 첫 번째 과제다. 함께 살고 싶다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외침에 이제 최저임금위원회가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