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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 멈춘 서울고법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부가 이달 18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지정했다. 추후지정이란 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다. 사실상 재판이 중단되는 셈이다.

서울고법은 이 같은 결정의 근거로 헌법 84조를 들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언상의 '소추'가 형사 기소만을 뜻하는 것인지, 혹은 기소 이후의 공소 유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인지는 법조계에서도 통설이 없으니 담당 재판부와 대법원이 해석을 내놓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 혹은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닐 때, 국정을 도외시하고 재판을 받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것인가는 충분히 판단해 볼 수 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여러 건의 기소로 인해 줄줄이 재판 일정이 잡혀 있는 상태였다. 국민이 이를 모두 알고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면 주권자의 의지를 고려해 헌법을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법 이전에 상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헌법소원이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말끔하게 해소하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의 경우 소원을 제기할 주체가 마땅치 않고, 법을 개정하려 한다면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법원의 해석을 존중하면서 정치권이 이를 수용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억지로 사법이나 입법 절차로 끌고가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난 5월 대법원이 그러했던 것처럼 사법부가 기존의 판례와 절차를 뒤엎으면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구심은 남는다. 법원의 판단을 주시하되 다시금 사법부가 무리한 절차를 통해 정치에 개입하려 든다면 이를 막을 제도적 안전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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