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어난 시위와 충돌이 연일 격화되는 양상으로 심상치 않다. 이번 시위는 연방정부의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6일(현지 시각 기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수사국(FBI)이 다운타운의 의류 도매시장과 홈디포(주거용품 소매 체인) 매장을 급습해 이민자 44명을 체포·구금했고, 이에 이민자들과 시민단체 등 수백 명이 나서 당국과 대치 중이다. 현지 다수 언론에 따르면, 군이 나설 만큼 위협적인 시위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주 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도록 지시하면서 그 성격이 달라졌다.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 동의 없이 주 방위군을 투입해 강경 진압한 것은 60년 만에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이례적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다수 언론은 '내부의 적'을 만들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돌리며 진행한 무역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의 시선을 '이민 문제'로 돌리기 위해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르는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상대로 겨냥해 이민자 수가 많고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LA에 군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돌리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민자들을 폭도로 몰고 실제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하다. 이전부터 반 이민정책 등 인종차별 정책을 펼치며 잘못된 메시지를 던지고, 자신의 지지 세력을 결집해 온 결과는 미국 내 인종 증오범죄의 증가로 이어졌을 뿐이다. 이런 방식도 잘못됐지만, 군 투입과 진압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시위대에 대한 과도한 진압과 선동적 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결과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민자 제한'을 국가 정책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무력 충돌까지 일으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그 목적과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한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도 "이민이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이끄는 동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공화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렬한 소수의 지지를 기반으로 분열과 공포를 자극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의 말로가 어떻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