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중의소리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하늘에 오른 노동자 3명의 고공농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고공농성에 나서야 하는 현실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님, 고공농성 노동자와 지금 당장 만납시다”라고 제안했다.
현재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는 해고 노동자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52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고공농성 기록이다.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철제 구조물에서는 경영난을 이유로 해고된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18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서울 한화 본사 앞 철탑에 올라,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 불황으로 삭감한 상여금의 회복과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 철회 등을 요구하며 88일째 하늘에서 보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하늘 위에 매달려 바람과 햇빛, 폭염과 싸우며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고 있다. 고공농성은 절박한 생존의 외침이며, 무권리 상태에 놓인 노동자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해당 사업장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노사 교섭을 거부하는 사측을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고공농성에 나서야 하는 현실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며 “새로운 정부는 약자의 절규에 응답해야 하며, 생존권과 일터를 지키기 위한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실에 면담 요청서와 고공농성 사업장별 현황과 요구안, 정부의 역할 등을 함께 전달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경우,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참담한 상황에 대한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본 정부에 전하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같은 외국인투자기업의 반복된 ‘먹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세종호텔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세종호텔 및 자회사 근로감독 등을, 조선하청의 경우 한화오션의 3대 불법, 탈법, 편법 의혹 등의 진상조사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