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로 수출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10일 '6월 경제동향'을 통해 "건설투자의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으며, 생산 증가세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약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미 자동차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도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표에서도 내수는 건설업 부진으로 회복 속도가 더딘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전 산업생산 0.4% 증가해 전월(0.9%)보다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등 제조업은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건설업 부진과 서비스업 둔화가 전체 지표를 끌어 내렸다.
5월 건설업 생산은 전월 대비 -20.5%로 역성장하면서 부진을 지속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보험업(1.0%→0.6%), 전문과학(3.5%→-0.2%) 등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광공업 생산은 4.9% 증가했다. 반도체(21.8%)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기계장비(2.4%) 등이 개선되며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소비는 승용차가 전월 대비 16.3% 오르며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가전제품(-8.7%), 가구(-9.1%), 의복(-7.9%)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 소매 판매는 -0.1%로 감소했다.
또 소비와 밀접한 주요 서비스업 생산도 숙박⋅음식점업(-2.5%), 교육서비스업(-0.9%) 등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5월 소비자심리지수(101.8)가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지속되었던 소비심리 위축은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투자는 설비투자에서는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건설투자의 부진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8.4% 성장했다. 반도체제조용장비(70.6% → 15.6%)와 정밀기기(16.6% → 14.5%) 등 반도체 관련 투자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운송장비 투자도 전월 대비 19.8% 증가하면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반면 건설투자를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20.5%로, 전월(-16.3%)보다 감소 폭이 확대했다. 건설기성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지난 5월 수출은 전월 대비 -1.3%로 하락하면서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으로 둔화 흐름이 계속됐다. 일평균 기준으로도 1.0%의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대(對)미국 수출은 -8.1%로 감소했으며, 높은 관세가 부과된 중국(-8.4%), 중남미(-11.6%) 등으로의 수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관세율이 대폭 인상된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32.0%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지난 4일부터 기존 25%에서 50%로 추가 인상되면서 수출 여건은 더 나빠졌다.
KDI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추가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우려 등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입은 전월 대비 -5.3%로 줄었다. 주요 에너지자원 -15.3%을 중심으로 상당 폭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 무역수지는 69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월 취업자 증가 폭은 전월(19만3,000명)과 비슷한 19만4,000명 수준이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월(2.1%)보다 소폭 하락한 1.9%의 상승률을 보였다.
KDI는 "국내 정국불안이 완화되고 미중 무역합의가 이루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